[독자와 함께] 등산로 산악오토바이 "산림훼손·사고위험 많아" vs "법적으로 문제없고 즐길 자유"

  •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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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2-04 16:59  |  수정 2022-12-04 17:00  |  발행일 2022-12-05 제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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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북구 도덕산 일대에 게시된 '산악자전거 및 오토바이 출입 자제' 현수막. <대구 북구청 제공>

대구 북구 주민 A씨는 지난달 27일 대구 북구 일대 순환테마길 등산로 입구에서 굉음과 함께 자욱한 먼지구름 사이를 지나가야 했다. 굉음의 주인공은 바로 산악 오토바이였다. 소음과 시꺼먼 매연을 일으키던 라이더들은 빠르게 산을 치고 올라가 멀어졌다. 하지만 오토바이 소리는 산골짜기를 따라 계속해서 울렸다. 오토바이가 지나간 자리는 깊게 파이고 주변의 식물들은 납작하게 눌리고 부러졌다.

등산을 자주 하는 A씨는 "비가 온 뒤 오토바이가 파헤치고 간 등산로는 엉망이 된다. 물이 고이거나 파인 길을 따라 흘러 토양이 유실되기 쉽다. 등산로를 지나가기 위해서는 양다리를 벌린 채 걸어야 할 때도 있다"며 "취미 생활을 하는 건 좋지만, 공공재를 훼손하거나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대구 북구청에 따르면 비교적 시내에 위치하고 등산객이 많은 함지산, 망일봉 보다는 외곽지 도덕산이나 명봉산을 찾는 산악오토바이 동호인들이 많다. 이로 인한 주민과 등산객들의 민원도 적지 않다. 주민과 등산객들은 사고 위험과 산림 보호 차원에서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산악오토바이 동호인들은 법 테두리 내에서 자유롭게 취미생활을 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한 산악오토바이 동호인은 "숲길 차마(車馬) 진입 제한구역에는 잘 가지 않는 편이다. 등산객과 마주치는 것은 위험하고 안 좋은 시선이 있어 최대한 마주치지 않도록 피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한구역이 아니라면 타지 못하게 할 법규가 없고, 산에는 정해진 길이 없기 때문에 우리도 어쩔 수 없이 등산객들과 마주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라고 항변했다. 한 산악오토바이 동호회 카페에서는 "수 많은 등산객이 사용하는 스틱들로 인해 깎이거나 구멍 나는 산림이 더 많을 것"이라며 반박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한편 산림청은 2020년 12월 숲길 이용자의 안전과 숲길의 보호를 위해 숲길에 오토바이나 자전거 등의 출입을 금지할 수 있는 근거로 '산림문화·휴양에 관한 법률'을 개정했다. 산림휴양법이 일부 개정되자, 2021년 경기도 하남시와 인천 강화군, 2022년 강원 춘천시와 대전 서구 등이 관내 일부 숲길에 차마 진입을 제한하기도 했다.

하지만 진입 제한 규정에도 개인 사유지가 많아 숲길 차마 진입 제한구역 지정·고시가 현실적으로 어려운데 현실이다. 북구청 관계자는 "순환테마길의 경우 주민들의 요구로 등산로를 정비·관리하고 있지만, 개인 사유지의 경우에는 동의를 받아 사용하고 있다. 등산객과 산악오토바이 동호인 간의 마찰이 많이 있어 계도 형태의 현수막을 등산로 초입에 게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차마 진입 제한구역 지정·고시를 위해 사유지 동의를 받다 보면 오히려 기존에 이용되던 부분 조차도 못하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동현기자 shineast@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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