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월드컵 나비 효과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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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2-07 06:42  |  수정 2022-12-07 06:44  |  발행일 2022-12-07 제27면

'나비 효과'는 미국의 기상학자 로렌즈가 사용한 용어다.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이론이다. 초기 사소한 변화가 나중에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이르는 말로 일상에서 흔히 사용된다.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나비 효과'가 회자되고 있다. 한국 축구의 16강 진출이 대표적이다. 한국의 포기하지 않는 정신이 16강 진출의 원동력이지만, 우루과이를 끝까지 물고 늘어진 가나의 선전도 한몫했다. 가나는 16강 진출 가능성이 거의 사라졌음에도 끈질긴 수비로 우루과이의 파상 공세를 막아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맺은 우루과이와의 악연이 가나의 투지에 불을 질렀다. 당시 8강에서 연장 후반 가나의 결정적인 헤딩 슛을 우루과이 수아레스가 두 손으로 쳐냈고, 가나는 페널티킥을 실축했다. 가나는 승부차기에서 우루과이에 패해 4강 진출에 실패했다. 수아레스는 카타르 월드컵 기자회견에서 '핸드볼 반칙'에 대해 사과할 생각이 없느냐는 가나 기자의 질문에 "없다"라고 잘라 말해 가나 국민의 공분을 샀다. 남아공에서의 '사건'이 12년의 세월을 넘어 카타르에서 태풍을 일으킨 것이다.

중국도 카타르 월드컵 나비 효과의 사정권에 들었다. 중국 정부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항의하며 시작된 백지 시위가 카타르 월드컵으로 더욱 확산됐다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실제 많은 중국인은 TV에서 본 월드컵 관중석의 '노 마스크'에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봉쇄와 통제에 저항하는 백지 시위는 중국 전역으로 번져나갔고, 놀란 중국 정부는 결국 방역 완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조진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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