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타임]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 공백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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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2-12 06:43  |  수정 2022-12-12 06:47  |  발행일 2022-12-12 제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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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호 사회부기자

지난 5~7일 대구지역 대학병원을 포함한 6개 수련병원은 과별로 2023년도 전공의를 모집했다. 하지만 소아청소년과 지원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현재 대구지역 6개 수련병원의 소아청소년과 정원은 15명이다.

경고등은 2020년 12월에 켜졌다. 한 해 전만 해도 11명이 지원해 73%의 충원율을 보였지만, 이때는 2명만 지원해 13%대로 떨어져 버린 것. 한 해 만에 충족률이 60%포인트 감소해버린 것이다. 지난해에는 수련기간을 4년에서 3년으로 줄었지만, 지원자는 단 2명, 그러다 올해에는 한 명도 오지 않은 것이다.

법으로 정해진 근무시간이 주당 80시간인 수련병원의 전공의. 그런데 2년째 10% 정도만 채워졌으니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들의 근무시간과 강도는 짐작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런 현실에서 후배로 들어오는 사람은 얼마 없는 선배의 늘어난 근무시간과 강도를 나눠 짊어져야 하는 게 정해진 답인데 누가 과감하게, 아니 무모하게 지원할 수 있겠는가.

이런 탓에 대학병원의 소아청소년과 교수들은 "미래가 아니라 당장 지금이 위기"라고 말한다. 소아청소년과 응급 진료가 아니라 당장 일반 진료가 중단된다고 해도 하나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대구보다 규모가 작은 도시의 경우 이런 문제가 오랫동안 이어져 온 탓에 전공의 과정을 끝낸 전문의를 뽑아 진료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대비책을 마련할 수 있었지만, 대구와 같은 대도시는 갑자기 들이닥친 탓에 준비할 시간도 없었고, 그 충격에 지금도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소아청소년과에 다시 전공의가 돌아오도록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 방법을 바로 찾아냈다고 해도 당장 소아청소년과 진료가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개원의들을 중심으로 일반적인 소아청소년과 진료가 큰 문제 없이 이뤄져 별 문제 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많은 인력과 의료기술이 필요한 소아청소년과 진료와 수술은 말 그대로 '풍전등화'상태다. 이 불이 꺼지지 않도록 하는 것은 관심, 그리고 그 관심을 행동으로 표현하는 지원이다.

생각해보면 아주 엄청난 인명피해를 낸 참사의 상당수는 평소 알던 문제를 가볍게 넘긴 탓에 일어난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금은 소아청소년과 진료공백이라 부르지만, 이 작은 부분을 계속 놓치면 '참사'로 불릴지도 모른다.
노인호 사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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