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한 음주·근력운동 부족…남성 체중 '적신호'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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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1-03 07:50  |  수정 2023-01-03 08:03  |  발행일 2023-01-03 제17면
증가하는 성인남성 비만율
여성보다 유병률 15.3%p 높고 병원 찾는 경우는 절반도 안돼
고도비만 이상이면 고혈압·당뇨병·심혈관질환 등 발병 위험
미용적 측면보다 의학적 관점에서 장기적 치료 계획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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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모(43)씨는 최근 2년 동안 체중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몸무게가 100㎏을 넘어섰다. 키가 170㎝가량인 김씨는 그동안 몸무게가 세 자릿수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마지노선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에 대한 경계심이 조금씩 풀어지고 늘어난 회식자리에 체중도 덩달아 늘어난 것. 문제는 체중이 불어나면서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졌다는 점이다. 그동안 체중이 불어나면 함께 올라가는 혈압 탓에 한 달가량의 철저한 관리로 체중도 줄이고, 혈압도 낮췄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체중 조절도 제대로 되지 않고, 2~3㎏ 정도 빠져도 혈압은 예전만큼 내려가지 않는 상황이 됐다. 결국 한 달 전부터 혈압약에 위장약까지 먹고 있다.

김씨는 "체중 관리 때문에 힘들어하는 40대 직장인 동료가 적지 않고, 이들이 하는 고민도 거의 비슷하다"며 "이제 회식 대신 같이 PT를 하기로 했지만, 잡혀 있는 신년회도 적지 않아 언제부터 시작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30~40대 남성의 비만 관리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특히 비만 문제는 여성보다 남성에게서 심각하게 나타났고, 우리나라 성인 남성의 비만율은 해마다 2.1%씩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남성의 비만율이 우려스러울 정도로 증가하는 주된 원인은 장시간 앉아서 시간을 보내고, 술을 많이 마시면서도 근력 운동을 하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경고등 들어온 30~40대 남성의 비만유병률

최근 질병관리청이 발간한 '국민건강영양조사 기반의 비만 심층보고서'를 보면, 19세 이상 성인 남성의 비만(체질량지수 25㎏/㎡) 유병률은 2008년 35.9%에서 2021년 44.8%로 늘었고, 이는 매년 2.1%씩 높아진 것이라고 질병관리청은 설명했다. 비만 상태가 더 심각한 2단계 비만(체질량지수 30㎏/㎡ 이상) 유병률도 같은 기간 4.1%에서 7.6%로 매년 6.3% 증가했다.

체질량지수(BMI)는 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으로, 비만 여부를 판단하는 주요 기준 중 하나다. BMI가 23~24는 과체중, 25 이상은 비만, 30 이상은 고도비만, 35 이상은 초고도 비만으로 분류한다. 몸무게와 별개로 허리둘레를 기준으로 남성은 90㎝ 이상, 여성은 85㎝ 이상이면 '복부비만'으로 진단한다.

코로나19 유행 전(2018~19년)과 유행 후(2020~21년)를 비교하면, 비만은 30~49세에서 증가 폭이 컸고, 2단계 이상 비만은 40~49세에서 증가가 뚜렷했다. 코로나19 유행 전후로 30대 남성의 비만율은 48.9%에서 54.9%로, 40대는 46.2%에서 54.2%로 눈에 띄게 증가했다.

여성 비만유병률은 남성보다 크게 낮았다.

여성의 비만유병률은 2008년 26.4%에서 2021년 29.5%로 매년 0.6%씩 증가했다. 2021년 비만유병률로 비교할 경우 여성의 비만유병률이 남성보다 15.3%포인트 낮았다. 여성의 2단계 비만유병률은 같은 기간 3.7%에서 6.3%로 해마다 3.1%씩 늘었다.

다만 19~39세는 비만(연 2.0% 증가)뿐만 아니라, 2단계 이상 비만(2014년 이후 연 10.3% 증가) 증가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여성의 경우 코로나19 유행 전·후의 연령별 비만율은 남자와는 다르게 전 연령에서 변화가 없었다.

◆성별에 따른 비만 원인은

남성 비만 관련 요인은 전 연령에서 공통으로 '높은 교육수준, 사무직, 고위험음주'였다.

연령대별로 보면, 19~39세는 흡연과 근력운동을 하지 않는 것, 40~59세는 근력운동 미실천, 지방 과잉 섭취, 앉아서 보내는 시간(8시간 초과)이 추가적으로 비만과 관련이 있다고 질병관리청은 설명했다.

여성의 비만 관련 요인은 전 연령에서 공통적으로 "낮은 교육 및 소득수준"이 높게 나타났다.

연령대별로 보면, 19~39세는 흡연이, 40~59세는 고위험음주, 근력운동 미실천, 낮은 식생활 질(식생활 평가지수), 60대 이상은 근력운동 미실천, 앉아서 보내는 시간(8시간 초과)이 추가적으로 비만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의 주요 위험요인인 비만이 남자의 모든 연령층에서 증가하고 있다. 거기다 비만 관련 요인은 남녀 간에 차이가 있어, 이를 고려한 차별화한 관리 대책이 필요하다"며 "비만 증가가 뚜렷한 남자 30~40대, 여자 20~30대를 대상으로 고위험음주, 신체활동 미실천, 식생활 불균형 등의 건강행태 개선을 위한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문의들은 비만을 질환으로 인식하고, 치료의 관점에서 체중 관리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단순히 미용적 측면이 아니라 의학적 치료의 관점에서 비만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고도비만 이상의 경우 고혈압 발병에 75%가량 직접적인 연관이 있고, 당뇨병과 심혈관질환, 수면무호흡증 등의 호흡기 질환,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 위식도역류 등의 위장관 합병증, 발기부전 등 다양한 질환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질환으로 보고 치료에 나서는 경우는 많지 않다. 특히 남성의 경우 여성보다 비만유병률이 2배 가까이 높지만, 치료에 나서는 경우는 여성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2021년 비만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은 남성 환자는 9천676명으로 여성 환자(2만494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비만유병률은 2배 가까이 높은 반면 이를 질환으로 보고 치료에 나서는 남성은 여성의 반도 안 되는 상황인 셈이다.

비만 치료의 목적은 몸을 보기 좋게 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에게 맞는 적정 체중을 유지해 비만과 연관된 합병증을 예방·치료하는 것이다. 그런 만큼 장기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필요할 경우 식욕을 억제하거나 지방흡수를 억제하는 약물치료, 더 심할 경우 비만대사수술을 통해서라도 비만치료에 나서야 한다고 전문의들은 전했다.

송정흡 전 칠곡경북대병원 교수(예방의학 전공)는 "비만이 야기하는 질환이 많기 때문에 비만 자체를 질환으로 보고 치료에 나서는 이들도 늘어나는 분위기이지만,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비만은 예방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소아·청소년 시기부터 관심을 가지고 건강한 생활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아이의 성장 등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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