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에게 듣는다] 난방병…규칙적 환기·수분 섭취로 난방병 예방해야

  • 노인호
  • |
  • 입력 2023-01-17  |  수정 2023-01-17 07:37  |  발행일 2023-01-17 제22면
겨울철 마른기침 하거나 두통 심해지면 의심

직장인 10명 중 6명 경험…과한 실내난방 조심

여성·알레르기 병력 있으면 2배 더 영향 받아

[전문의에게 듣는다] 난방병…규칙적 환기·수분 섭취로 난방병 예방해야

직장인 김모(45)씨는 최근 이유를 알 수 없는 무기력증으로 업무 중 실수가 잦아졌다. 병가를 내고 이틀 정도 쉴 때는 사무실에서 생겼던 증상이 하나도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다시 출근만 하면 하루가 지나지 않아 같은 증상이 반복됐다. 병원을 찾은 결과 '난방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김씨는 "업무 특성상 출근하면 사무실 내에서 하루 종일 일하는 구조다. 특히 추운 겨울이 되면 밖으로 나가는 것이 싫어 점심식사도 배달해 먹다 보니 더 오랜 시간 사무실에 머물게 됐다"면서 "하지만 이게 최근 무기력해진 원인인 것으로 알고 난 이후에는 대학강의처럼 1시간30분마다 환기를 하는 것은 물론 점심식사도 무조건 식당에 가서 먹는 형태로 외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처럼 추운 겨울만 되면 난방병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무더운 여름철 실내외 온도 차로 한여름에 감기에 걸리는 이들이 늘어나는 냉방병처럼 이렇게 추운 한겨울에는 '난방병'을 호소하고 있는 것. 추운 날씨 탓에 난방이 잘되는 실내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그에 따른 부작용도 적지 않게 생기는 것이다.

여름철과 달리 겨울에는 심혈관계 질환이 있으면 외출을 자제하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널리 알려져 있어 여름철보다 외출을 꺼리는 경우가 더 많아질 수밖에 상황이다.

더욱이 16일 대구경북 일부 지역의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등 당분간 맹추위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보되면서 실내에 더 오래 머무는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난방병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이럴 땐 난방병 의심을

[전문의에게 듣는다] 난방병…규칙적 환기·수분 섭취로 난방병 예방해야
계명대 동산병원 김대현 교수

안구건조증 증상처럼 눈이 따끔거리거나 목이 건조해지는 듯한 불쾌감 그리고 특별한 이유 없이 몸이 처진다고 느껴지면 난방병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또 평상시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다가 겨울철이 되면서 심한 두통, 피부 건조, 특별한 이유 없는 컨디션 저조나 무기력감, 어지러움증, 답답함 등의 증상이 생기면 난방병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난방병은 '밀폐건물증후군' 중 하나다. 밀폐된 실내공간에서 장시간 생활한 탓에 생기는 '밀폐건물증후군'은 환경 요인에 의한 병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실내로 들어가면 다시 증세가 나타나고, 외부로 나오면 증상이 개선되는 것이 특징이다.

전문의들은 "겨울철에 춥다고 건물 내에만 있게 되면 여름철에 밀폐된 건물 내에서 생기는 냉방병처럼 과도한 난방과 건조한 실내 환경으로 인해 난방병이 생길 수 있다"면서 "특히 오랜 시간 난방이 잘 되어 있는 사무실, 그것도 사람이 많이 모여 있는 곳에서는 이런 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으므로 직장인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 10명 중 6명은 겨울철 사무실 난방기 때문에 호흡기 질환이나 두통 같은 '난방병'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들은 난방병을 예방하기 위해 물을 많이 마시거나 주기적으로 환기한다고 답했다.

한 구인구직 사이트가 직장인 60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9%가 "겨울철 사무실의 난방기로 인해 난방병으로 고생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설문조사 결과 난방병 증상으로는 '마른기침과 호흡기 질환'이 3명 중 1명꼴인 31.4%로 가장 많았다. 그 뒤로는 '두통과 집중력 저하' 22.3%, '피부건조증과 가려움증' 20%, '안구건조증' 18%, 만성피로 8.3% 등의 순이었다.

난방병 예방을 위해서 실천하고 있는 것으로는 '따뜻한 차나 물을 많이 마신다'는 응답이 45.5%로 가장 많았다.

◆난방병은 왜 생기나

추운 날씨를 핑계로 난방을 하는 건물 내부나 자동차에서 환기를 하지 않고 하루 대부분을 보내는 경우에 주로 생긴다. 다시 말해 △공기순환이 잘되지 않아 산소 부족 △지나친 난방과 습도 감소로 인체의 생리적응 부담 △실내공기 오염 등으로 인해 이상 증상이 생기는 것이다.

건물의 실내는 건축자재에서 나오는 라돈가스 등의 화학물질, 전자파 소음, 합판·가구·카펫 등에서 발생하는 알데히드, 페인트나 접착제, 복사기 등에서 발생하는 유기용제 등으로 인해 공기가 좋기 힘든 구조다.

거기다 여성이나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 알레르기 병력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2배 정도 영향을 더 받는다고 전문의들은 전했다.

그런 만큼 난방병의 예방과 치료를 위해서는 규칙적 환기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창문을 통한 규칙적인 환기와 공기정화를 하는 것이 좋다. 또 채광, 온도(16~20℃), 습도(40~60%)를 조절해 두는 게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자신의 건강을 챙기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하루 8잔 이상 등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은 기본, 업무 중간중간 걷기 운동이나 스트레칭도 도움이 된다. 여기에 하루 7~8시간의 규칙적인 수면과 함께 금연, 절주, 스트레스 조절도 도움이 된다.

밀폐건물증후군의 특성상 건물 밖으로 나가 찬바람을 맞으면 증상이 금방 개선되는 만큼 실내 환기를 자주 해주거나 학교의 쉬는 시간처럼 일정 시간이 지나면 건물 밖으로 나갔다 들어오는 것도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다만 겨울철 추위로 혈관이 수축되어 심혈관계에 부담을 주어 뇌졸중이나 심장병이 잘 생길 수 있는 만큼 심혈관 위험인자를 가진 사람은 준비운동을 하고 외부로 나가는 것이 좋다고 전문의들은 강조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기자 이미지

노인호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건강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