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에게 듣는다] 화상…갓 나은 흉터, 선크림 발라야 색소침착 막는다

  •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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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2-21 07:22  |  수정 2023-02-21 07:22  |  발행일 2023-02-21 제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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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 방송에서 주인공 문동은(송혜교)은 학교폭력 주동자 박연진(임지연)의 미용 도구 '고데기'로 신체 곳곳이 지져져 화상을 입는다. 깊게 새겨진 화상 흉터는 아로새겨진 마음의 상처처럼 성인이 돼서도 온몸에 남는데, 17년이 지난 뒤에도 문동은은 화상 흉터를 가려운 듯 긁는다. 정말 화상 흉터는 이렇게 오래도록 가려운 걸까?

실제로 화상 환자가 가장 흔히 호소하는 후유증은 만성 가려움이다. 화상을 입고 3개월 후에도 가려움을 호소하는 환자는 87%, 2년 후엔 67%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환자 피부 상태나 화상 범위에 따라 가려움이 전혀 없거나 통증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화상 범위가 넓고 깊이가 깊다면 보통 가려움이 수년 이상 오래간다. 만성 가려움이 생기는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세포막에서 통증이나 열감을 감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TRP(transient receptor potential) 채널이 크게 관여했을 것이라는 가설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에 따라 대구가톨릭대병원 성형외과 이용직 교수에게 화상에 대해 들어봤다.

장신구 등 제거 후 시원한 수돗물로 식혀 응급처치
더러워진 경우 아니면 물집 껍질 유지하는 게 좋아
흉터관리 효과 없으면 반흔 교정술 등 수술적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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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가톨릭대병원 이용직 교수

▶화상 정도는 어떻게 판단하나.

"화상은 깊이와 넓이에 따라 구분한다. 물집이 잡히지 않지만, 따갑고 발갛게 되는 정도의 피부 상태를 1도 화상이라고 한다. 이는 햇볕에 오랜 시간 있다 보면 경험하게 되는 정도다. 통상적으로 알로에 크림을 바르면 3~7일 이후 회복된다. 물집이 잡히면 2도 화상이다. 물집에서 물을 뺀 후 껍질을 그대로 덮어주면 원래 피부 표피의 역할을 하며 통증 없이 나을 수 있다. 하지만 껍질이 터져 상처가 생기거나 5일 이상 낫지 않아 껍질을 벗겨내야 할 경우는 화상 상처 치료를 받아야 한다.

3도 화상은 피부 전 층이 손상된 경우다. 피부색이 흰색 또는 검은색으로 변하며 피부 신경이 손상돼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다. 모낭이나 피지선을 포함하는 진피층이 손상되지 않고 남아 있다면, 자연 치유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 모두 손상을 받아 없는 정도의 깊이면 피부 이식술과 피판술 등의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응급처치는 어떻게 하나.

"옷·반지와 같은 장신구 등을 제거한 후 화상 상처를 시원한 수돗물로 식혀야 한다. 그러면 통증이 완화되면서 조직 손상이 진행되는 걸 막을 수 있다. 단 상처가 물에 불어 약해지는 것을 방지하고자 5분 이상 권하지 않는다. 깨끗한 거즈나 수건을 적셔 상처를 덮으면 물에 담그지 않고도 통증을 줄일 수 있다. 소주 등 알코올을 피부가 없어진 상처에 붓는 것은 화학 약품에 의한 조직 손상을 유발하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된장과 간장 등을 활용한 민간요법도 감염 위험 있어 시행하면 안 된다."

▶화상을 입었을 때 물집을 제거해야 하나.

"화상을 입었을 때 물집을 터뜨리거나 혹은 그대로 놔두고 치료하는 경우도 있다. 되도록 차가운 생리 식염수나 흐르는 수돗물로 화상부를 식힌 후 빨리 병원으로 가서 의사에게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 물집 껍질은 피부 일부다. 피부는 몸 바깥 병균으로부터 지켜주거나 수분이 증발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생활 불편감 등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물집 껍질은 더러워진 경우가 아니라면 초반에 유지하는 것이 좋다."

▶화상 치료할 때 수술 꼭 필요하나.

"화상 침범 깊이와 면적이 화상 초기 적절한 치료를 결정한다. 상처 깊이와 치유 속도에 따라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2도 이상 화상은 수술을 해야 할 확률이 높다. 가급적이면 화상을 입은 경우 전문의에게 치료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화상 후 갓 나은 흉터 자리 관리는 어떻게 하나.

"피지선 등이 생성되지 않아 해당 피부가 건조해지기 쉽다. 흉터는 건조할 경우 더 심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이럴 땐 저자극성 보습제로 다 나은 화상 흉터 자리에 하루 2회 정도 발라 건조해지는 것을 피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의료용 재료는 실리콘 테이프, 실리콘겔 제제, 흉터관리용 크림 등이 있다.

갓 나은 흉터는 자외선에 민감해 색소 침착이 잘 된다. SPF(자외선차단지수)가 35 이상인 선크림을 외출 전에 사용하는 것을 권한다. 흐린 날, 안개 낀 날, 비 오는 날, 눈 오는 날 등 해가 없는 날씨에도 사용하되 최소 3개월 정도 사용을 추천한다. 자외선차단지수가 표시된 의복, 양산, 모자 등이 출시되고 있다. 하지만 표시가 없는 보통 의복의 경우, 얇은 정도를 생각해 자외선 차단이 안 될 수도 있음을 염두해야 한다. 화상 범위가 너무 넓은 경우는 압박 양말, 압박 토시 등 의료용 압박복을 착용해 비후성 반흔을 예방해야 한다."

▶3~6개월 이상 흉터 관리에도 반응 없으면 어떻게 하나.

"병변 내 스테로이드 주사법에 반응 없는 반흔의 경우는 피부 이식이나 반흔교정술 등을, 관절구축이 아닌 피부반흔구축으로 인해 관절 운동성이 제한을 보이는 경우엔 반흔구축이완술의 수술적 치료를 시도해 볼 수 있겠다. 또한 레이저를 이용한 반흔 관리 및 모발이식을 통한 방법 등도 고려해 볼 만하다."

▶화상 예방은 어떻게 해야 하나.

"화상은 안전사고가 생길 상황이라면 실험실, 작업장, 가정, 도로 등 어디든지 언제든지 수반될 수 있는 손상이다. 상황별(생활·교통·자연재난 등) 혹은 생애주기별(영유아기~아동기~청소년기~청년기~성인기~노년기) 성장 단계별 특성에 따른 안전교육에 대한 정보는 대한안전교육협회, 실험실안전교육시스템, 학교안전정보센터, 국민안전교육연수원, 각 직장에서의 정기교육 등에서 온라인 교육으로 제공하고 있다. 안전활동도 일상과 작업의 일부라고 여겨 배운 후 익히 생활화할 수 있으면 좋겠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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