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허석윤 논설위원 |
올해 들어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40%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임기 초 20%대 초반까지 급락했던 것에 비해 많이 올랐다. 무엇보다 3대 개혁(노동·연금·교육) 카드를 꺼낸 게 주효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추진력이다. 알다시피 개혁이란 게 말은 쉽지만 실행은 어려운 법 아닌가. 노동, 연금 같은 휘발성 강한 이슈일수록 더 그렇다. 자칫 잘못 건들다간 거센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역대 정권의 개혁이 말잔치로 끝난 것도 이런 우려와 무관치 않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은 어떤가. 지금까진 개혁을 자신감 있게 밀어붙이는 모습이다. 국정 운영에 단점도 적지 않지만, 결단력·추진력은 장점이다. 개혁을 비롯한 해묵은 난제는 정면돌파가 해답이다. 지방민 입장에선 윤 대통령의 '뚝심'을 주목하는 지점이 또 있다. 지역균형발전을 골자로 하는 '지방시대' 구현이다.
돌이켜보면 과거 모든 정부도 지방발전을 약속했다. 하지만 대부분 '희망고문'이었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빈 수레가 가장 요란했다.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은 최고의 허언이었다. 지금 지방의 현실은 어떤가. 발전은커녕 수도권 블랙홀에 갈수록 쪼그라든다. 경제는 바닥을 기고 인구는 줄어든다. 지방소멸 경고등이 켜진 지 오래다. 지방은 망하는데 수도권만 계속 잘살 수는 없다. 세상에 그런 나라는 없다. 이미 한계에 다다른 서울 공화국 체제와 헤어질 결심을 해야 한다.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이 선택이 아닌 필수인 이유다.
윤 대통령이 지방발전을 시대적 소명으로 인식하는 건 아주 다행이다. 예전처럼 말잔치로 끝나지 않으리란 기대도 크다. 역대 정부 중 처음으로 지방시대를 국정과제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정책 방향도 현실에 부합한다. 특구 조성을 통한 교육·산업 활성화는 지방 살리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정책 추진 방식이 지방 주도형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쉽게 말해 중앙 정부가 '멍석'은 깔아 줄 테니 지방이 자체적으로 필요한 세부 사업을 발굴·운영하라는 것이다. 이를 위한 중앙 정부의 권한 이양도 속도를 내고 있다. 개발제한구역 해제, 국가산단 유치업종 변경, 지역대학 재정지원 등 6개 분야 57개 권한의 지방 이양은 이미 결정됐다. 이와 함께 지방정부 권한확대도 상당폭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가 전례 없이 큰 선물보따리를 풀고 있으니 이제 지방 발전은 시간문제인 걸까. 낙관하긴 이르다. 무엇보다 지방 스스로 준비됐는지가 변수가 될 것이다. 특히 균형발전과 분권의 주체로서 지방정부가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이끌 역량이 있는지가 중요하다. 기존의 낡은 관행과 타성부터 버릴 수 있어야 한다. 권한이 커지는 만큼 책임도 무겁다는 사실도 직시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 지자체의 구태는 여전히 우려스럽다. 기초 단체일수록 단체장의 전횡이 끊이질 않는다. 선심성 예산을 흥청망청 쓰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지방의회가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행정부 견제는 고사하고 지방의회 자체가 각종 비리와 추문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또 지방자치제에 대한 주민의 무관심도 심각한 수준이다. 이 같은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꽃피운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지방 정치권의 각성과 함께 주민의 적극적인 관심과 감시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지방시대를 열 수 있다.
허석윤 논설위원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