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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기현 신임 당 대표가 8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후 당기를 흔들고 있다. 엲바뉴스 |
'친윤(친윤석열) 체제'를 구축한 국민의힘의 시선이 내년 총선을 향하고 있다. 김기현 당 대표도 9일 첫 최고위원 회의를 주재하면서 '내년 총선 압승'을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 입장에서 내년 총선은 더없이 중요하다. '개혁'을 제대로 진행하느냐 여부가 달려 있다. 여소야대 국면이 이어진다면 3대 개혁(노동, 연금, 교육) 과제의 달성은 쉽지 않다. 자칫 거대 야당의 '입법 폭주'에 휘말려 세월만 보낼 수 있다. 윤 대통령이나 국민의힘 지도부가 내년 총선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TK(대구경북) 정치권도 총선 승리를 바라기는 마찬가지다. 다만, 결이 좀 다르다. 무엇보다 '국민의힘 공천'에 꽂혀 있다. 공천을 받아야 자신이 살 수 있는 탓이다. TK 정치권은 전당대회에서 '윤심(윤 대통령 의중)'을 확인했다. 정부의 성공에 대한 당원의 기대를 피부로 느꼈다. 친윤 후보들이 당 지도부를 싹쓸이한 것도 당원의 기대와 열망이 반영됐다.
문제는 TK 정치권의 경쟁력이다. 전당대회를 치르면서 TK의 존재감은 없었다. 당권 주자는 아예 없었고, 최고위원 경선에서도 비(非)현역인 김재원 전 의원만이 당선됐다. 현역으로 유일하게 최고위원에 도전장을 던진 이만희 의원(영천-청도)은 예선에서 탈락했다. 대부분의 TK 의원들이 '대세'인 김 대표에게 줄을 선 채 숨죽인 채 지켜보기만 했다. '정치적 히키고모리(은둔형 외톨이)'나 진배없다. 오히려 여의도 정치에서 한발 물러선 홍준표 대구시장이 적극적인 'SNS 정치'를 통해 당원의 심정을 대변했다.
김 대표의 당직 인선이 관심이다. 일단 구자근 의원(구미갑)이 대표 비서실장에 내정됐다. TK 표심을 고려한 결정이란다. 향후 지명직 최고위원이나 대변인 등에 TK 인사가 임명될 것인지 주목된다. 자칫 구 의원의 발탁으로 끝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영남권 대표인 김 대표가 TK 인사를 더 기용하는 것은 부담이다. 내년 총선의 승부처가 수도권이라는 점을 감안할 수밖에 없다.
TK 정치권은 총선 때만 되면 '어항 속 금붕어' 신세다. 늘 물갈이 대상으로 거론된다. 전당대회 과정에서도 '수도권 차출론' 'TK 물갈이론'이 불거졌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핫이슈로 다시 떠오를 것이다.
TK 의원들은 김 대표의 당선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못내 불안하다. 김 대표에게 '마음의 빚'을 안겼지만, 정치적 환경이 바뀌면 언제든 금붕어로 전락할 수 있다. 존재감이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기에 자업자득인 측면도 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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