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수목원(이하 경북수목원)과 대구수목원은 각각 경북과 대구를 대표하는 공립 수목원이다. 두 곳의 수목원에도 봄이 왔다. 높은 산 속 고산지대에 있는 수목원과 대도시에 자리 잡은 수목원은 봄이 오는 속도도, 그 모습도 조금은 달랐다. 3월 초 경북수목원과 대구수목원에 찾아온 봄을 만나봤다.
![[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수목원의 3월 (2) 해발 650m에 찾아오는 늦깎이 봄 손님…회색빛 도시에 퍼지는 봄꽃 향기](https://www.yeongnam.com/mnt/file/202303/2023031301000405300016731.jpg) |
경북수목원의 '삼미담' 연못에도 봄이 찾아왔다. 연못가 나무에 피어난 꽃망울이 봄의 기운을 뿜어낸다. |
![[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수목원의 3월 (2) 해발 650m에 찾아오는 늦깎이 봄 손님…회색빛 도시에 퍼지는 봄꽃 향기](https://www.yeongnam.com/mnt/file/202303/2023031301000405300016732.jpg) |
경북수목원 김지화 숲해설가가 일찍 꽃이 피는 '풍년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수목원의 3월 (2) 해발 650m에 찾아오는 늦깎이 봄 손님…회색빛 도시에 퍼지는 봄꽃 향기](https://www.yeongnam.com/mnt/file/202303/2023031301000405300016733.jpg) |
경북수목원에서 유아 숲 지도사들이 봄 수업을 준비하고 있다. |
◆늦어도 봄은 온다…'경북도수목원'
찬기운 뚫고 먼저 피는 복수초·풍년화
숲체험원 지도사 봄수업 준비도 한창
경북의 공립 수목원인 경북수목원은 해발 650m에 위치한 고산수목원이다. 수목원은 포항시 북구 죽장면 내연산 산줄기에 2천926㏊ 면적으로 펼쳐져 있다. 첫인상은 높은 산봉우리에 둘러싸인 숲과 같은 모습이었다.
고산지대이다 보니 경북수목원에는 3월 초에도 서늘한 겨울 기운이 남아 있었다. 수목원 안을 흐르는 개천 곳곳에 아직 얼음이 얼어있는 것이 산 밑에서 온 방문자에겐 신기하게만 보였다. 경북수목원의 봄은 따뜻한 다른 지역보다 한 달 정도 늦게 도착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곳에도 어김없이 봄은 찾아오고 있었다. 경북수목원에서 만난 이들은 개구리 울음소리가 들려오면 봄이 오는 것이라 했다. 자세히 귀를 기울이니 멀리서 개구리가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때쯤이면 높은 산 위에서도 봄이 깨어나는 듯했다.
수목원 중간쯤에 위치한 연못 '삼미담'에서도 훌쩍 가까이 온 봄을 느낄 수 있다. 연못에서 바라본 풍경에 감탄하고 있을 때쯤 봄이 수줍게 제 존재를 드러내고 있었다. 연못가에 있는 나무를 통해서다. 연못가 나무에 피어난 꽃망울이 물빛과 어우러져 함께 반짝이고 있었다.
경북수목원에서 찬 기운을 뚫고 봄의 시작을 알리는 식물은 바로 '복수초'와 '풍년화'다. 다른 꽃들은 아직 꽃잎이 나오려면 더 기다려야 하지만, 복수초와 풍년화는 일찌감치 피어나 계절이 바뀌었음을 알린다.
![[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수목원의 3월 (2) 해발 650m에 찾아오는 늦깎이 봄 손님…회색빛 도시에 퍼지는 봄꽃 향기](https://www.yeongnam.com/mnt/file/202303/2023031301000405300016734.jpg) |
경북수목원에 핀 복수초. |
수목원 한쪽에 피어나 있는 노란색 복수초가 수목원의 서늘한 공기에 온기를 더하고 있었다.
'아그배나무' 등 수목원 안 많은 나무에서 새순과 꽃망울이 피어나고 있었다. 반쯤 그늘진 곳에서 잘 자란다는 '별목련'에도 아기 꽃망울이 달렸다. 4월이 되면 흰색 목련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을 것이다.
경북수목원의 전망대 위로 올라가면 저 멀리 바다가 보인다. 봄 바다는 봄 숲만큼이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것이다. 높은 산에 있는 수목원을 찾아오느라 힘이 들었지만, 높은 산이 아니라면 보지 못했을 광경을 마주하니 그간의 고단함이 사라지는 듯했다.
수목원 사람들도 봄을 기다리기는 마찬가지였다. 경북수목원 입구에서 한참을 걸어 들어가면 나오는 유아 숲체험원에서는 유아 숲 지도사들이 봄 수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달의 테마는 '봄 숲, 봄바람 소리'. 조만간 수목원에서도 봄나들이를 온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릴 것이다.
경북수목원 김지화 숲해설가는 "이곳은 고산식물원이어서 봄이 좀 늦게 오는 편이지만, 식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봄을 맞아 피어날 준비를 한다. 풍년화와 히어리 등의 나무에 꽃망울이 달리면 경북수목원에도 드디어 봄이 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 경북도수목원은
1996년 조성을 시작해 2001년 '내연산수목원'으로 1차 개원을 했다. 이후 2005년 '경북도수목원'으로 확대 개원했다. 경북수목원은 국내외 수종 및 경북의 향토 고유 수종을 수집·보존하는 것과 동시에 도민에게 자연생태 체험 및 휴식공간 제공의 역할을 하고 있다.
내연산 남쪽 산줄기에 자리 잡고 있으며, 평균 고도가 500m 이상으로 주위가 높은 산들로 둘러싸여 있다.
수목원 식물들의 생태적 특성을 학술적으로 분류해 '고산식물원' '울릉도식물원' '침엽수원' '야생초원' '지피식물원' 등 26개 소원으로 구성돼 있으며, 숲해설전시관, 숲체험학습관, 숲생태관찰로 등의 체험시설도 조성돼 있다.
망개나무(충청도와 경북 북부에 자생하는 고산수종), 노랑무늬붓꽃(경북 북부지역 고산지대에 자생), 섬개야광나무(울릉도 해안 절벽과 바위지대에 자생), 섬현삼(울릉도 해안에 분포) 등 희귀·특산식물도 만나볼 수 있다. 기후적인 영향으로 고원식물의 성장이 다른 종의 식물보다 나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노진실기자
![[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수목원의 3월 (2) 해발 650m에 찾아오는 늦깎이 봄 손님…회색빛 도시에 퍼지는 봄꽃 향기](https://www.yeongnam.com/mnt/file/202303/2023031301000405300016735.jpg) |
대구수목원 '매화원'에 핀 매화. |
◆곳곳에서 꽃향기가…'대구수목원'
가장 빨리 봄과 만날 수 있는 매화원
조팝나무·히어리에 돋은 연둣빛 새순
대구수목원의 3월은 그야말로 봄기운으로 가득하다.
겨울 수목원과는 향기부터 다르다. 입구에 있는 매화들이 꽃을 피우면서 은은한 향을 뿜어내기 때문이다. 매화는 겨울이 끝나갈 때 반갑게도 일찌감치 꽃망울을 터트린다.
대구수목원에서 가장 빨리 봄을 만날 수 있는 곳은 '매화원'. 매화원에는 여러 종류의 매화나무가 식재돼 있다. 매화 향기와 따뜻한 봄바람이 겨우내 얼어붙은 몸과 마음을 녹이는 듯했다. 매화는 나무마다 꽃의 색과 모양이 조금씩 달랐다. 남명 조식 선생과 관련이 있는 '남명매'에는 하얀색 꽃이, 통도사 영각 처마 밑에 자란다는 홍매화인 '자장매'에는 붉은 꽃이 피었다. 다른 홍매화보다 꽃 색깔이 검붉어서 '흑매화'로 불리기도 한다는 '화엄사 홍매'에도 짙은 붉은 꽃이 한창이었다. 우리나라 4대 매화나무 중 하나라는 '고불매'는 연한 분홍색 꽃을 가득 피우고 있었다.
각각의 꽃이 어우러진 매화원은 봄날 대구수목원을 찾는 시민에게 가장 인기 있는 장소였다.
수목원에서 만난 시민 권영희(67)씨는 "날씨가 갑자기 따뜻해져서 친구와 산책을 위해 수목원을 찾았다. 2월에도 산책을 온 적이 있는데, 그때는 날씨도 춥고 아직 꽃들이 피기 전이어서 스산한 기분이 들었다"며 "지금은 곳곳에 핀 꽃 때문에 봄이 온 것을 느낀다. 특히 올해 봄에는 코로나19 관련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돼 더욱 좋다. 꽃이 지기 전에 사진을 많이 찍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수목원의 3월 (2) 해발 650m에 찾아오는 늦깎이 봄 손님…회색빛 도시에 퍼지는 봄꽃 향기](https://www.yeongnam.com/mnt/file/202303/2023031301000405300016736.jpg) |
대구수목원 '수선화' |
매화원에서 벗어나 수목원 좀 더 깊숙한 곳으로 자리를 옮기면 걸음이 지칠 때쯤 어김없이 봄꽃을 만날 수 있다. 노란색 '산수유' 꽃과 새하얀 '매실나무' 꽃이 수목원에 색을 입힌다. 4월에 꽃을 피우는 '백목련'은 꽃망울이 금방이라도 커다란 흰 꽃을 피워 올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수목원 입구에서 한참을 걸어 끝까지 가다 보면 '전통 정원'을 만날 수 있다. 우리나라 전통 정원의 모습을 재현해놓은 그곳에도 봄은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정원에 식재된 '조팝나무'와 '히어리'에 연둣빛 새순이 돋아나 운치를 더했다.
경북수목원의 개구리 소리처럼 대구수목원에서는 새 소리가 봄을 알리고 있었다. 도심에서는 잘 보지 못했던 새들을 대구수목원에선 만나볼 수 있었다. 매화원을 시작으로 대구수목원을 한 바퀴 다 돌아 나오면 한데 피어난 노란색 꽃 무리를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수선화'다. 그 강렬하고 선명한 색의 꽃이 수목원을 찾은 이들에게 속삭이는 듯했다. 눈부시게 빛나는 봄이 왔다고.
글·사진=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 대구수목원은
대구 달서구 대곡동에 위치해 있으며, 2002년 5월 개원했다. 대구수목원은 1986년부터 1990년까지 생활쓰레기 410만t가량이 매립됐던 쓰레기 매립장을 탈바꿈시켜 도심형 수목원으로 만들어진 곳으로 조성 당시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수목원은 야외 전시원 22곳과 실내 전시원 4곳을 갖추고 있다. 실내 전시원으로는 '선인장다육식물원' '종교관련식물원' '열대과일원' '난대식물·분경온실' 등이 있다. 다양한 대나무 종이 식재된 '죽림원' 등 식물의 특성에 따라 분류된 여러 야외 전시원도 곳곳에 조성돼 있다.
연간 대구시민을 비롯해 200만명 안팎의 관람객이 대구수목원을 찾고 있다. 대구시가 발표한 '대구관광객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1년 대구를 찾은 국내 관광객이 가장 많이 방문한 곳은 대구수목원(26.5%)으로 나타났다. 노진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