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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주 국방위 간사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국방위, 정보위, 외통위원들과 무소속 김홍걸 의원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미국 정보기관의 대통령실 도·감청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미국 정보당국의 한국 정부에 대한 도·감청 의혹이 알려지면서 10일 정치권이 술렁였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사실 확인이 먼저라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미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반면 야당은 '주권침해'라는 점을 들며 대통령실 용산 이전으로 인한 문제가 됐을 수 있다고 공세에 나섰다.
◆ 대통령실 "美 조사 지켜봐야"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은 지난 8일(현지 시간) 미국 국방부의 기밀문서가 트위터와 텔레그램 등에 다량 유출됐다고 보도했다. 유출된 내용 중엔 우크라이나 살상 무기 지원 관련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전 외교비서관이 나눈 대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미국의 도·감청 의혹에 대해 "확정된 사실이 아니며 미 국방부와 법무부의 조사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금 미국 국방부도 법무부의 조사를 요청한 사항"이라며 "사실관계 파악이 가장 우선"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보도가 나온 상황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유출됐다고 주장하는 자료들 대부분이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된 내용"이라며 "미국에서는 유출된 자료 일부가 수정되거나 조작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대응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양측의 상황 파악이 끝나면 필요할 경우 미국 측에 합당한 조치를 요청할 계획"이라면서도 "이런 과정은 한미동맹 간에 형성된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또 "한미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이번 사건을 과장하거나 혹은 왜곡해 동맹 관계를 흔들려는 세력이 있다면 많은 국민들로부터 저항을 받을 것"이라며 야당을 비판했다.
◆ 野 "대통령실 이전으로 인해 발생했을 가능성"
야권은 안보 문제와 대통령실 이전으로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사실이라면 대한민국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와 대통령실을 미국이 일일이 감시하며 기밀을 파악해왔다는 점에서 우리 국가안보에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결코 용납될 수 없는 행위로서 양국의 신뢰를 정면으로 깨뜨리는 주권 침해이자 외교 반칙"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아무런 마스터플랜 없이 대통령실을 국방부로 옮기겠다고 나설 때 급하게 NSC 시스템을 꾸리고 보안 조치를 소홀히 해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은 아닌지 명백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 측은 "NSC의 보안이나 안전은 청와대보다 용산이 더 탄탄하다"고 반박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청사의 보안 문제나 이런 부분은 이전해 올 때부터 완벽하게 준비했다"며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지만 정기적으로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 점검이 이뤄지고 있고 아무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청와대 시절에 벙커라는 구조는 반쯤, 약간 지상으로 돌출돼 있었다. 대통령이 근무하는 곳의 보안이나 안전은 여기(용산)가 더 안전하다"고 해명했다.
◆ 與 "사실 확인 먼저", 일부 강경 대응 목소리도
여당인 국민의힘은 당혹스러운 분위기 속에 사실 확인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다만 당내 일각에선 강경 대응에 대한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 문제는 내용을 잘 살펴본 다음에 대응하는 게 국익에 부합한다"면서 "지금 우크라이나 전쟁 사태에 러시아와 미국 사이에 여러 갈등이 공개돼 있는 것을 고려하면 이 문제에 대해 국익에 부합하는 조치가 무엇인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미국 정부에 강력 항의해야 하고 사과도 요구해야 한다"며 "우리는 주권국가이기 때문에 그 나라가 누구든 간에 따질 건 따지고 사과를 요구할 건 요구해야 된다"고 말했다. 홍석준(대구 달서구갑)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이런 문제까지로 조작정보를 하기에는 근거가 미약하다. 팩트일 가능성이 더 많다"면서도 "박정희 정권 때도 이런 CIA 도·감청 논란이 항상 있었다"고 진단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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