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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헬싱키에 있는 '아카테미넨 서점'에서 사람들이 책을 고르고 있다. 천장에 나 있는 창문을 통해 서점 안에 빛이 들어오고 있다. |
지난 4월23일은 '세계 책의 날'이었다. '책의 날'은 1995년 유네스코가 세계인의 독서 증진 등을 위해 정한 날이다.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에서 책을 읽는 사람에게 꽃을 선물하던 세인트 조지 축일과 1616년 세르반테스와 셰익스피어가 동시에 사망한 날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해마다 세계 책의 날이 다가오면 곳곳에서 책과 관련된 행사가 열린 대구에서도 도서관 등지에서 여러 책의 날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세상에는 참 많은 것을 주제로 한 기념일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책'은 충분히 기념되고 그 의미를 되새길만한 것이라 생각한다. 오랜 세월 책이 인류에게 준 많은 선물에 대한 감사의 표시인 셈이다.
책을 읽는 사람들이 점점 줄고 있다고는 하지만, 책이 주인공인 공간, 문장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핀란드에는 많은 여행객이 찾아가는 아주 평범하지만 특별한 장소가 있다. 바로 '서점'이다.
헬싱키에 있는 '아카테미넨 서점'은 핀란드 출신의 세계적 건축가 알바 알토가 설계한 곳으로 유명하다. 세월의 흐름을 비켜난 듯한 모던함과 따뜻함을 서점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서점은 핀란드가 배경이 된 영화 카모메 식당에 등장하기도 했다.
아카테미넨 서점에서는 문학작품부터 북유럽의 책들, 핀란드 역사서, 화집 등 다양한 책들을 만나볼 수 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지나칠 수 없는 곳이다. 독특하게도 천장에 나 있는 창문을 통해 들어온 자연 채광이 은은하게 책을 비춘다. 이 때문에 서점 공간이 마치 책을 위한 온실처럼 보이게 하고, 책 구경을 온 사람들에게도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책에 대한 헌사'는 많은 작가가 표해왔다. 영국의 수필가 찰스 램(1775~1834)의 작품에 나타난 그의 책에 대한 애정은 눈물겨울 정도다. "자네는 그 갈색 양복이 생각나나? 실밥이 나와서 친구들 모두가 창피스럽다고 말할 때까지 자네는 그 옷을 걸치고 다녀야만 했었지. 그 모두가 자네가 코벤트 가든에 있는 바커 서점에서 밤늦게 집으로 끌고 왔던 그 대형판 전집 때문이 아니었던가. 기억이 나는가. 그것을 사기로 작정하기 전 여러 주일 동안 얼마나 눈독을 들였었는지 말이야. 또 결정을 못 하다가 토요일 밤 10시 무렵에야 겨우 작정을 했는데, 놓치지 않을까 두려웠던 나머지 자네는 그날 밤으로 이스링턴을 출발하지 않았던가…." ('찰스 램 수필선' 중에서)
찰스 램의 누이가 가난했던 시절 책을 사기 위해 옷을 포기해야 했지만, 그래도 행복해 했던 동생의 이야기를 회상하는 구절이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폴란드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도 자신의 글에서 책과 독서, 문학을 예찬한 바 있다.
"호메로스에서 탄탈로스의 정원을 보다, 톨스토이에서 나폴레옹 전쟁을 목격하다, 토마스 만에서 결핵이 치료되다, 멜빌에서 고래를 사냥하다, 볼레스와프 프루스에서 불행한 연인이 되다-이는 아마도 문학이 우리와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역할에 대한 가장 간결하면서도 적절한 묘사일 것이다. 문학은 놀라운 존재론적 지위를 가진 특별한 세상을 창조함으로써 우리를 자신의 굴레에서 벗어나도록 이끌고 다른 방식으로는 누리지 못했을 새로운 경험에 동참하게 해준다. 조금만 깊이 생각해보면 우리의 지식이나 경험, 취향, 열정, 감성 대부분은 우리가 읽는 책들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잠시나마 우리가 우리 자신이 되는 것을 멈추고 타인이 되어보는 데 독서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은 없을 것이다. 그것은 너무도 매혹적이면서 동시에 치유와 위안을 안겨주는 것이다."(올가 토카르추크 '다정한 서술자' 중에서)
이번 주 '위클리포유'에서는 세계 책의 날을 지나며 모처럼 '책에 의한, 책을 위한'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글·사진=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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