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앞둔 칠성시장 완구골목, 축소되는 상권에 '시름' 깊어져

  • 이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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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01 20:00  |  수정 2023-05-02 07:02  |  발행일 2023-05-02
미리 선물 사려는 고객들로 북적

2000년대 초반 비하면 격세지감

출산율 줄고, 유통구조 변화 못이겨
어린이날 앞둔 칠성시장 완구골목, 축소되는 상권에 시름 깊어져
지난 20일 오후 4시 30분쯤 대구 칠성시장 완구골목 내 한 가게. 평일 오후임에도 아이들을 위한 장난감을 사러 오는 부모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었다.

1일 점심무렵 찾은 대구 칠성종합시장 완구골목의 한 가게 내부에는 장난감 종류가 어마어마했다. 어린이날을 맞아 미리 아이들 선물을 사러 온 아이와 학부모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가게에서 어린 두 딸을 위해 깜찍한 캐릭터인 '티니핑' 제품을 구매한 윤모(39)씨는 "더 붐비기 전에 미리 선물을 사러 왔다. 학부모들 사이에선 이 일대 장난감, 문구류가 시중가게보다 20~30% 저렴하다고 들었다. 실제 와보니 물건도 엄청 많다"며 흐믓해했다.

칠성시장 완구골목의 유명세는 이미 정평이 나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상권은 쪼그라들고 있다는 것.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까지는 그야말로 호황기를 누렸다. 학교 앞 문구점(소매점)이 활성화되면서 '도매상' 격인 칠성시장 완구골목도 인파가 넘쳐났다. 가게가 60여곳이 넘을 정도였다. 도심에서 장난감을 싸게 다량 구매할 수 있는 창구였다. 잘 나갈 땐 문구점 주인들이 새벽마다 완구골목 앞에서 물건을 떼가려고 진을 쳤었다. 인근엔 돼지고기골목·멍게골목·장어골목도 번성해 집객효과도 컸다. 장난감 수집가, 애호가들도 다양한 완구를 접할 수 있어 애용했다. 가게 주인과 손님간 주고받는 대화 속에선 살가운 정(情)도 나눌 수 있었다.

하지만 세월의 무게감은 피할 수 없었다.

출산율이 줄고 폐교가 늘면서 학교 앞 문구점은 하나 둘 자취를 감췄다. 완구골목에도 주 고객인 문구점 주인들이 줄어들자 업종을 변경하거나 폐업하는 곳이 늘었다. 온라인 쇼핑구매 등 유통구조가 바뀐데다, 대형마트의 할인 마케팅(70~80%)과 각종 선물 이벤트는 따라잡기 버거운 수준이다. 이 엄혹한 상황에서도 완구점 30여곳은 아직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나마 꾸준히 찾는 단골손님들의 발길마져 완전히 끊길까봐 완구골목 주인들의 마음은 조마조마하다. 주차장 부족 문제 때문이다.

5세 아들을 둔 배모(40)씨는 "완구골목이 유명하지만 주차 문제가 골칫다. 물건은 좋지만 올 때마다 주차때문에 생고생을 한다"며 혀를 찼다.

대를 이어 이 곳에서 수 십년째 장남감을 팔아온 이성민 우일문구사장(38)은 "시장에도 공영 주차장은 있지만 손님을 모두 수용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더욱이 주차장은 20여 년 전에 지어져 낡았다. 손님들도 주차문제가 빨리 해결되길 원한다"고 했다.

2018년 칠성시장에 전국 1호로 '상권 르네상스 프로젝트'사업이 진행됐지만 여전히 인프라 사정은 아쉬웠다. 상인들은 주차장 등 편의시설이 많이 들어서, 고객들이 만족할만한 상권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장상훈 칠성시장연합회장은 "지금은 호황기때보다 완구골목내 가게가 절반 가량 줄었다"며 "고객을 위해 완구골목을 포함한 시장 일대에 주차장을 많이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했다.

 

이남영기자 lny0104@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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