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멍때리기

  • 허석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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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4-26 06:41  |  수정 2023-04-26 06:41  |  발행일 2023-04-26 제27면

사람이 하루 동안 눈을 깜박이는 횟수는 1만4천여 번이다. 그러면 하루에 생각은 몇 번 할까. 정확한 통계는 없다. 6천번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고, 6만~8만번이라는 주장도 있다. 횟수야 어떻든 종일 생각에 파묻혀 사는 것이다. 문제는 생각의 80% 이상이 부정적이고 반복적이라는 것. 의문이 들 수 있다. 아무 쓸데 없는 생각을 왜? 답을 알기 위해선 생각에 대한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람들은 '내가 생각한다'고 여기지만 사실이 아니다. 대부분 생각은 인간 무의식에서 생성되는 일종의 자동 프로그램이다. 생각을 멈출 수 없는 이유다. 만약 생각의 주체가 '나'라면 통제 가능해야 하지 않을까.

끊이지 않는 잡념은 큰 고통이다. 만성이 돼서 잘 느끼지 못할 뿐이다. 불교에서는 이를 번뇌 망상이라고 한다. 집착, 분노를 일으키는 근원으로, 가장 다스리기 어렵다. 특히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사는 현대인은 잠시도 생각을 멈추지 못한다. 생각중독이 심할수록 불안, 스트레스, 불면증에 시달린다. 해결책이 전혀 없지는 않다. 의도적으로 멍한 상태를 만들면 다소 효과가 있다. 심신 안정에 도움이 된다.

2014년 서울에서 시작된 '멍때리기' 대회가 해를 거듭할수록 인기다. 국내를 넘어 중국·대만·홍콩 등 해외로 확산되고 있다. 이 대회 창시자는 작가인 웁쓰양(예명)이다. 그는 "멍때리기는 시간 낭비가 아니라 오롯이 '나'를 위한 휴식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대회 규정은 90분간 멍한 상태로 침묵하기다.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대회인 셈이다. 대구경북에서 열려도 좋을 듯하다. 허석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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