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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선우기자〈정경부〉 |
지난달 30일 열린 DGB금융지주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잡음이 잠시 일었다. 주총이 시작되기 전부터 온갖 불만을 쏟아내며 소란을 피운 백발의 노인 때문이다. 그는 의장을 맡은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의 발언마다 말꼬리를 잡고 늘어졌다. 지루한 공방이 20분째 이어지자 현장에 있던 주주들이 항의했다. 초로(初老)의 투자자는 버럭 화를 내며 주주들과도 실랑이를 벌였다.
그의 정체는 증권과 금융 소식만 다루는 서울의 한 인터넷 언론사 운영자다. 홈페이지엔 주총 일정과 유상증자 정보가 간략히 올려져 있었다. 최근 주총이 열린 은행과 보험사의 배너광고로 도배돼 있었다. 포털 사이트에 해당 투자자의 이름을 검색해 봤다. 전국 주총장마다 나타나 소란을 피우는 유명인사였다. 이날 그는 경영진이 내놓은 안건들에 대해 아무런 의견도 내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주총이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폭넓은 지지를 얻지 못한 우리사주조합 측의 발언 때문이었다. 조합장은 "주주 이익을 위해 노력하는 건 경영진의 의무다. 회사가 힘들 때 유상증자 등에 참여하는 건 직원 주주들이니, 경영진은 직원 주주와의 소통에 좀 더 신경 쓴다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모범 실천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의'를 위한 듯 '자기 이익'을 내세운 주장이지만 조합의 논리는 일리가 있다. 우호적인 직원 주주와의 소통은 중요하다. 직원 자긍심 제고와 사기 진작,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지역사회에는 홍보 효과를 높이는 전략적 마케팅이 될 수도 있다. 기업 이미지, 명성, 브랜드 가치 등은 금융지주로선 부가가치 창출의 핵심 요소다. 결과적으로 매출과 이익이 증대되면 배당 재원이 늘고 주가 역시 상승할 수 있다. 결국 주주도 행복해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이타적(利他的) 자본주의에 뿌리를 둔 ESG의 근본적 가치와는 거리가 멀다.
올해 주총 시즌의 주요 동향은 주주행동주의의 급부상이다. 비록 대부분의 주주제안이 주총 표 대결에서 무릎을 꿇었지만 '소액주주의 목소리'를 낸 점은 많은 시사점을 남겼다. 주주제안이 관철되지 않아도 사측에 중요한 신호를 보낸 의미가 있다. 경영진에게 소액주주의 문제의식과 불만을 전달한 만큼 사측도 무시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DGB금융지주 주총에 상정된 안건들은 현장에 있던 주주들의 반대 없이 통과됐다. 소수 주주 권리나 ESG를 주창할 명분은 없었다.
손선우기자〈정경부〉
그의 정체는 증권과 금융 소식만 다루는 서울의 한 인터넷 언론사 운영자다. 홈페이지엔 주총 일정과 유상증자 정보가 간략히 올려져 있었다. 최근 주총이 열린 은행과 보험사의 배너광고로 도배돼 있었다. 포털 사이트에 해당 투자자의 이름을 검색해 봤다. 전국 주총장마다 나타나 소란을 피우는 유명인사였다. 이날 그는 경영진이 내놓은 안건들에 대해 아무런 의견도 내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주총이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폭넓은 지지를 얻지 못한 우리사주조합 측의 발언 때문이었다. 조합장은 "주주 이익을 위해 노력하는 건 경영진의 의무다. 회사가 힘들 때 유상증자 등에 참여하는 건 직원 주주들이니, 경영진은 직원 주주와의 소통에 좀 더 신경 쓴다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모범 실천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의'를 위한 듯 '자기 이익'을 내세운 주장이지만 조합의 논리는 일리가 있다. 우호적인 직원 주주와의 소통은 중요하다. 직원 자긍심 제고와 사기 진작,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지역사회에는 홍보 효과를 높이는 전략적 마케팅이 될 수도 있다. 기업 이미지, 명성, 브랜드 가치 등은 금융지주로선 부가가치 창출의 핵심 요소다. 결과적으로 매출과 이익이 증대되면 배당 재원이 늘고 주가 역시 상승할 수 있다. 결국 주주도 행복해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이타적(利他的) 자본주의에 뿌리를 둔 ESG의 근본적 가치와는 거리가 멀다.
올해 주총 시즌의 주요 동향은 주주행동주의의 급부상이다. 비록 대부분의 주주제안이 주총 표 대결에서 무릎을 꿇었지만 '소액주주의 목소리'를 낸 점은 많은 시사점을 남겼다. 주주제안이 관철되지 않아도 사측에 중요한 신호를 보낸 의미가 있다. 경영진에게 소액주주의 문제의식과 불만을 전달한 만큼 사측도 무시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DGB금융지주 주총에 상정된 안건들은 현장에 있던 주주들의 반대 없이 통과됐다. 소수 주주 권리나 ESG를 주창할 명분은 없었다.
손선우기자〈정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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