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시장 김영자 상인 "서문시장은 나의 삶의 터전이며 죽기 전까지 나올 곳"

  • 정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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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04 15:38  |  수정 2023-07-10 17:03  |  발행일 2023-05-04
[서문시장과 상인, 그리고 사람] <1> 서문시장에서 55년째 장사 중인 김영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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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서문시장 동산상가에서 만난 김영자씨가 서문시장과 자신의 삶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서문시장은 내 삶의 터전입니다."

지난달 28일 서문시장 동산상가에서 만난 김영자(여·82)씨는 서문시장의 의미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충청도가 고향인 김씨는 18살 때 지인의 가게에서 일하기 위해 서문시장에 처음 방문했다. 김씨는 당시 서문시장은 '판자촌' 모습이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판자촌인 상황에서 천막을 쳐놓고 장사를 하고 있었다. 당시 고급 섬유가 서문시장에 많다 보니 유명한 시장이었다"면서 "장사가 너무 잘돼서 점심 먹을 여유도 없을 정도였다"고 했다.

이후 김씨는 서문시장을 떠나 서울 생활을 하던 중 1967년 다시 서문시장에 자리를 잡게됐다. 양장점에서 남편이 점원을 하던 중 1970년도 김씨는 양장지 원단 관련 가게를 차리게 됐다. 이후 양장지 원단이 사양 사업이 되자 한복 주단으로 품목을 변경했다. 현재는 해당 가게를 접고 딸들의 소품 가게 등을 봐주고 있다.

양장지 원단, 한복 주단 등을 판매했던 김씨는 서문시장의 '섬유' 인기를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전국에서 서문시장에 물건을 사러 오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김씨는 "과거 최고의 섬유를 구하기 위해선 서문시장을 왔어야 했다. 서울을 비롯해 전국에 서문시장 물건이 안 들어간 곳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과거 서문시장은 냉난방 시설이 열악했다. 90년대가 되어서야 냉난방 시설이 조금씩 설치되기 시작한 것. 당시 겨울철에는 매점에서 뜨거운 물을 상인들에게 판매했다. 김씨는 "냉난방 시설이 좋지 않다 보니 추운 겨울날에는 손발이 얼기도 했다. 매점에서 뜨거운 물을 수통에 넣어 100~200원에 팔았다. 수통을 끌어안고 장사를 했다"면서 "더운 날에는 부채질할 수밖에 없었다. 장사를 끝내고 오자마자 씻었던 기억이 있다"고 했다.

또 과거 서문시장 상점의 모습은 현재와 다른 형태인 '단'이 있었다. 그는 "지금이랑 다르게 옛날에는 상점마다 단이 있었다"면서 "단 위에 가게 주인이 있고 밑에 손님이 있는 형태였다. 밑에서 주문을 하면 위에서 수치 등을 재기도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서문시장과 함께 세월을 겪은 김씨도 화재 피해를 겪었다. 1970년 화재와 2016년 화재로 피해를 본 것. 1970년대에는 대처 상가가 없어 4지구 옆 사거리에 자리를 잡고 손수레에 원단을 두고 판매를 시작했다. 그는 "70년 화재로 가게 선반에 있는 물건이 다 타버려서 고생했다. 당시 너무 추웠지만 밖에서 상가가 없어 밖에서 장사했다. 빙판이 꽝꽝 얼기도 했고 손도 얼어서 장사하는 데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면서 "2016년 4지구 화재 후에는 2017년 동산상가로 가게를 옮기게 됐다"고 했다.

그럼에도 김씨의 가족에게 서문시장은 중요한 장소다. 3대째 서문시장에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들과 두 딸 그리고 며느리, 조카 등이 서문시장에 자리를 잡았으며 손녀도 서문시장에 자리를 잡을 계획이다. 서문시장에서 장사를 권한 이유에 대해 김씨는 "옛날에는 회사라는 개념이 없었다. 장사가 아니면 농사짓는 게 대부분이었다"면서 "농사보다는 장사가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 자녀들에게 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김씨는 서문시장은 '활력소'라고 설명했다. 그는 "긴 세월 서문시장과 함께했다. 현재도 서문시장이 제일 좋다고 생각한다. 서문시장에서 장사하면서 자식을 낳고 공부시키고 했다"면서 "시장에 매일 출근하는 덕분에 규칙적인 생활도 하고 건강도 좋다고 생각한다. 자식들에게 내가 시장에 나오지 않으면 죽은 줄 알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했다.

글·사진=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영상=이형일기자 hi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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