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통일은 되는 것이 아니라 하는 것이다

  • 박병욱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대구 수성구협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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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13  |  수정 2023-06-13 08:23  |  발행일 2023-06-13 제21면

[기고] 통일은 되는 것이 아니라 하는 것이다
박병욱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대구 수성구협 자문위원)

나라가 분단된 지도 어언 70년이 지났다. 분단 상태에서 서로 다른 이념과 체제를 유지해 오면서도 남·북한은 통일의 당위성에 대해서만은 일치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것은 우리 민족이 5천년간 단일민족, 단일국가를 이루고 살아왔으며, 분단 그 자체가 스스로의 의지가 아니라 제2차 세계대전의 전후 문제 처리 과정에서 외세에 의해 강요된 부산물로서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제 시대가 엄청난 속도로 변하고 세계 정세도 다변화로 개편되고 있다. 동북아 정세 역시 큰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단 1세대들은 결코 통일의 당위성이나 개연성에 대해 부정적이지 않는다. 따라서 진정한 통일의 길로 가기 위해선 국제정세 동향에 발 빠른 편승과 이에 대비한 국력의 신장, 이를 바탕으로 한 국민총화가 선행된 강한 의지를 길러야만 한다.

"통일 그거 뭣 때문에 합니까. 지금 이대로가 좋지 않나요." 요즘 젊은 세대의 사고방식이다. 사실 남과 북의 격차(특히 경제적 격차)를 가늠해 보면 젊은이들의 생각이 그리 틀리지 않다고 본다. 가령 통일이 된다면 북한을 남한과 동등한 상황으로 이끌어 가는데 적어도 30년의 세월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힌 학자도 많다. 그러나 언젠가 반드시 통일은 이루어져야 하고 그것은 반드시 자유민주주의 방식의 통일이 되어야만 한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인 데 반해 북한은 적화통일의 야욕을 버리지 않고 있으니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전쟁은 끔찍한 고통을 동반한다. 경제적 혼란은 물론이거니와 인적, 정신적 혼란을 동반하기에 우리와 특별한 관계에 있지 않은 우크라이나에 지원해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기도 하다.

각설하고 우리의 현실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접근해 보자. 1972년 7월4일 당시 중앙정보부장이던 이후락이 박정희 대통령의 특명을 받아 북한 김일성을 예방하고 북의 김영주와 역사에 남을 7·4공동성명을 발표했을 때 남북은 곧 통일을 맞이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역시 북의 꼼수로 그림의 떡이 되고 말았다.

KBS의 적극적 주선으로 이산가족 상봉의 기회를 열었으나 그 뒤 북의 소극적 대응과 부실로 우리의 의도와는 다르게 중단됐다. 또 정주영이 직접 소 1천1마리를 몰고 간 덕분에 '금강산 관광'이라는 물꼬를 열었지만 이마저도 박왕자 피살사건으로 끝내 금강산 관광 길이 막히고 말았다. 개성공단 역시 북의 경제 활성화를 도와주기 위한 남측의 전략이었다. 남측의 풍부한 자원(특히 전력)을 북에 제공해 경제에 결정적 활로를 열어 주는 데 그 목적이 있었으나 북측의 교묘한 술수로 끝내 수많은 장비와 물자를 고스란히 남겨둔 채 철수하게 됐으니 아쉬운 바 크다 하겠다. 이렇듯 남측의 호의와 의도를 도대체 북측은 왜 애써 외면하려 하는 것인가. 이는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북측의 헛된 자존심 때문이리라.

남북이 갈라진 지도 80년이 다 돼 간다. 당시의 북한은 남한보다 경제 사정이 좋았다. 전력생산만 하더라도 압록강 수풍댐의 수풍발전소는 남북한 통틀어 가장 많은 전기(54만㎾)를 생산했고, 남한에 전기를 공급해 주기도 했으나 남한 정부가 정식으로 수립된 직후 전력 공급을 중단하고 말았다. 지금은 남한 원전 1기의 전력 생산량만 해도 수풍댐의 200배 이상이다. 어쨌거나 남북의 경제력은 비교 대상을 넘어섰고 현재 우리 경제력은 세계 10대 강국에 속해 있으니 통일이 돼도 북한을 이끌어가는 데는 큰 지장이 없다. 통일은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노력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것에 남북 모두가 인식하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박병욱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대구 수성구협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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