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우울한 한국인

  • 허석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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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09 06:51  |  수정 2023-06-09 06:49  |  발행일 2023-06-09 제23면

우울증은 현대인의 가장 흔한 정신 질환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2020년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5%가량이 우울증을 앓고 있다.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로 불리지만 진짜 감기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 우울증 환자의 자살 위험이 일반인에 비해 3~4배 더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매년 80만명 이상이 우울증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니 개인을 넘어 사회 전체의 문제다.

우울증 원인은 다양하지만 현대 사회에선 외부의 환경적 요인이 큰 영향을 미친다. 살벌한 생존 경쟁, 사회적 소외, 상대적 박탈감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우울증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꼽힌다. 이 같은 스트레스가 가장 심한 나라는 물론 한국이다. 더구나 한국인은 유교적 가치관도 강하다. 부정적 감정을 억누를수록 우울증 위험이 높다. 실제로 한국인의 우울감·우울증 유병률은 36.8%(2020년 기준)로 OECD 국가들 중 압도적 1위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이 반영된 통계지만 우울한 한국인이 이토록 많다는 게 놀랍다.

우울증은 단지 우울감에 빠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불안·무기력감에서부터 수면·섭식 장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난다. 심한 경우 자살 충동에 빠진다. 한국의 우울증 유병률과 자살률이 나란히 OECD 1위인 건 우연이 아니다. 뒤늦게나마 우울증에 대한 국가 차원의 관심이 높아진 건 다행이다. 정부는 최근 정신건강검진 주기(현재 10년)를 신체검진과 같이 2년으로 단축하는 계획을 내놨다. 검사 항목도 우울증을 포함해 조현병·조울증까지 늘렸다. 한국인의 우울증이 치료될수록 자살률도 낮아질 것이다.

허석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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