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범의 시선] '지방은행 활용법(法)'이 필요하다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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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11 18:27  |  수정 2023-06-12 06:58  |  발행일 2023-06-12 제26면
자본 재투자 없으면 지방은 소멸
지방은행, 지역 재투자 역할 담당
사회공헌활동 등 자본 투자 적극
이전 공공기관, 지방 자본 무관심
'의무 예치' 등 지방은행과 상생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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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부국장

돈과 자본은 다르다. 흔히 돈이 많으면 자본가라고 하는데, 오해다. 돈이 많으면 부자(富者)이지, 자본가라고 말하지 않는다. 돈은 경제 주체의 거래 능력을 숫자로 나타낸 추상적인 개념이다. 거래의 매개수단인 셈이다. 자본은 '장사나 사업의 기본이 되는 돈'이다. 경제학에선 '상품을 만드는데 필요한, 노동력을 제외한 생산수단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고 설명한다. 더 큰 가치에 투자되는 밑천이 바로 자본이다. 사회나 국가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다. 결국 돈과 자본의 근본적인 차이는 역할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지금 우리나라 자본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산업자본, 금융자본 등이 수도권에 쏠려 있다. 자본이 풍부한 곳에 사람(인적 자본)이 모인다. 지방의 자본은 쪼그라들었다. 자본이 더 큰 가치에 들어가는 자산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는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지방소멸 위기라는 단어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지방에 재투자되는 자본이 사라지면 소멸은 피하기 어렵다. 지방의 자본을 확충하는 보다 실질적인 정책이 뒤따라야 균형 발전이 이뤄질 수 있다.


균형 발전의 대표적 사례인 공공기관 지방 이전도 자본적인 측면에서 미흡하다.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지방에 이전한 공공기관은 지역 인재를 의무 채용(30%)하고, 지역에서 생산되는 재화나 서비스를 우선 구매해야 한다. 일부 공공기관이 지역 인재 의무 채용 예외조항을 악용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지만, 어쨌든 법으로 강제하고 있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서 빠져 있는 게 지방은행이다. 지방 이전 공공기관 대부분이 시중은행과 거래한다. 수익성 위주의 경쟁입찰 운영 방식에 따라 지방은행과의 거래가 제한적이다. 대구경북도 마찬가지다. 현재 혁신도시에 진출한 공공기관과 지방은행의 거래는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지방은행은 지역 자금을 기반으로 지방에 재투자한다. 지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지원하고, 지역 사회 환원 사업에 자본을 투입한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자본 투자에 나서는 셈이다. 은행연합회에 보고된 2021년 기준 은행별 사회공헌활동 현황에 따르면 대구은행의 당기순이익 대비 사회공헌활동 금액 비율이 13.01%에 달한다. 부산은행(15.20%)과 경남은행(12.42%), 광주은행(11.68%), 전북은행(10.78%) 모두 10%를 넘는다. 반면 시중은행은 10%에 한참 모자란다. 신한은행 7.76%, 국민은행 7.09%, 하나은행 6.57%, 우리은행이 7.26%에 그쳤다. 특히 시중은행의 지역 사회공헌활동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방에 이전하는 공공기관이 균형 발전의 취지를 성실하게 이행하려면 사회공헌활동 자금 등 '지방 자본' 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수익성 차원에서 어쩔 수 없다고 한다면 정부가 혁신도시법 시행령을 만들어서라도 지방은행과의 상생 방안을 찾아야 한다. '지방소멸 대응 기금'이나 '동반성장 협력기금' 등을 지방은행에 예치해 지역 경제에 선순환 되도록 해야 한다.

 

이름은 상관없다.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이 조만간 시행된다. 정부는 이르면 7월 중으로 2차 이전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방자치분권 및 균형발전 특별법도 통과돼 '지방시대위원회'가 공식 출범한다.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가 구현되려면 지방 자본이 튼튼해야 하고, 지방은행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차제에 '지방은행 육성 특별법' 제정도 고려해 봄 직하다.
조진범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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