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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선 (전 경북도의원) |
#1. 올해 초부터 경북 상주 시내에는 군사시설 유치를 희망한다는 현수막이 거리 곳곳에 무더기로 나붙기 시작했다. 내용은 거의 비슷비슷했다. 하지만 현수막을 게첨한 단체는 매우 다양했다. 관변단체는 말할 것도 없고 동 번영회, 통장협의회, 민간단체, 동호회, 체육회 등 웬만한 단체는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그 이름을 드러내려고 애쓰는 것 같았다.
언제부터 상주시가 이토록 군사시설 유치에 목을 맸던가. 농업도시 상주가 어쩌다 군사도시가 되려고 하는가. 정말 따져 보고 물어보고 충분히 검토한 후 상주가 살길은 군사시설 유치라고 판단을 해서 저토록 강행을 하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단체들 또한 그렇다. 해당 단체 회원들에게 뜻을 물어보고 환영을 하는 건지, 그냥 시장(지자체장)이 추진하니까 현수막 하나 걸어 주는 건지 도대체 신뢰할 수가 없다. 한때 군부대 시설은 기피시설이었다. 인구 증가와 경제 활성화라는 미사여구에 현혹되어 진정한 군사시설의 목적과 기피 이유에 대해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또는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따져 봐야 할 것이다.
#2. 최근에는 상주시청사 신축을 환영하는 현수막과 반대하는 현수막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한쪽에서는 현 청사의 공간이 너무 협소해 업무의 효율성이 떨어지므로 상주의 미래를 위해 어서 빨리 이전해야 된다고 하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지금 민생도 어려운데 모아둔 1천300억원을 상주경제와 민생 관련에 먼저 사용하라며 신축 이전을 반대하고 있다. 또 절차상의 이유, 즉 설문조사의 비민주성·폐쇄성으로 인한 반감, 충분하지 못한 공청회, 불과 300m 이전 등 비효율성을 문제로 꼽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가만히 현수막을 보니 비슷비슷한 문구와 디자인에 단체 이름만 다르다. 하긴 서로의 생각을 강요하면서 다른 단체에도 빨리 현수막을 게재하라고 종용하고 있다는 소리가 들리는 걸 보면 자발성에 의심이 들기도 한다.
동원인지 자발성인지는 알 수 없으나 과다한 현수막은 진정성이 의심되고, 보는 이로 하여금 피로감을 몰고 온다. 민주화 시대이고 자유의 시대이지 않은가.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자발적으로 행동해야 하는데, 상주뿐 아니라 우리 경북은 단체장이 하면 그냥 따라 하는 모양새다. 주종 관계도 아니거늘 복종의 문화가 몸에 밴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현수막 동원 정치를 이제는 끝냈으면 한다. 어떤 정책에 반대한다고 해서 "당신은 우리 시가 발전하는 게 싫은가"라고 묻는 유아적인 발상도 이제 좀 끝냈으면 좋겠다. 이래서야 어디 의견을 내겠는가.
말이 나온 김에 한마디 더 하면, 어디 행사에 갔는데 예고도 없이 "군사시설 유치 환영한다"라는 현수막을 들게 하여 사진 찍지 말았으면 좋겠다. 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현수막을 들게 하는가. 단체장의 생각을 강요하지 말라. 정정당당하게 묻고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규정에 맞게 집행하면 될 일 아니겠는가.
김영선 (전 경북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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