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국의 품위 상실 협박외교, 밀리면 안 돼 극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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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14  |  수정 2023-06-14 06:58  |  발행일 2023-06-14 제27면

윤석열 정부가 결국 대중국(對中國) 외교의 험난한 도전에 직면했다. 한·미·일 동맹을 결속하면서 예견된 일이지만, 중국의 도발적 외교전이 심상치 않다. 싱 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일국의 야당 대표 면전에서 "미국 승리, 중국 패배에 베팅하면 후회한다"며 준비된 원고를 읽었다. 나를 따르라는 조폭식 언행이자, 외교가에서는 전쟁 직전에나 나올 법한 문장이다. 양국은 대사를 초치(招致)하며 기 싸움을 벌였다. 싱 대사를 외교 기피인물(persona non grata)로 지정해 추방해야 한다는 주장마저 나온다.

사실 윤석열 정부의 대중국 외교는 문재인 정부의 그것과 확연히 차이가 난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시점에서 우리가 주지해야 할 점은 중국이 역사적으로 중요한 나라임은 분명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그들이 한국을 인식하는 방식에서는 과거 조선시대를 연상케 할 만큼 굉장히 굴종적 관계를 요구한다는 사실이다. 외교는 주고 받기의 기술이다. 품위와 절제가 요구된다. 반면 중국은 이른바 '전랑(戰狼·늑대 전사) 외교'를 구사한다. 호주, 캐나다에도 이를 적용해 외교전쟁을 벌였다. 중국의 외교 스타일을 한국이 근본적으로 바꾸기는 불가능하지만, 최소한 한국의 입장을 당당히 개진하고 밝혀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이게 한국의 국익을 지키고 중국이 한국을 존중하는 길이 되며, 나아가 중국 스스로도 대국의 자존을 지키는 길이 될 것이다. 사드 배치 당시 중국 내에서는 불도저로 한국기업 롯데의 상점을 부수고, 삼성의 간판을 내렸다. 한국이 촛불시위로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막는다고 해서 미국은 외교압력을 행사할지언정 한국상점을 부수지는 않는다. '베팅하면 후회' '대통령 혼밥' '수행기자 폭행' 같은 사대 논란에 휩싸이는 것은 21세기 외교가 아니다. 당당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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