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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관 안전보건공단 대구광역본부 건설안전부장 |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는 속담이 있다. 아무리 숙련된 사람이라도 실수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건설현장에서는 원숭이도 아닌 사람이 나무를 타다가 떨어지는 격의 사고가 발생하곤 한다. 이유는 본인이 원숭이인 줄 알거나 썩은 나뭇가지를 잡은 것이다. 전자는 일에 익숙해져 자신을 너무 과신한 나머지 안전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는 것이고, 후자는 작업현장의 추락방호조치·관리감독 등이 미흡한 상황을 말한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산업재해통계에 따르면 건설업 사고사망자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추락'(2020년 41.6%, 2021년 45.0%, 2022년 39.9%)이다. 주로 비계 등 가설구조물이나 철골 같은 기타구조물, 그리고 지붕 등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형태로 발생한다. 대부분 작업발판 설치 상태가 불량하거나 안전난간을 설치하지 않은 현장들이다.
개인 보호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으면 상대적으로 낮은 높이에서 떨어져도 숨지는 경우가 있다. 작년 3월 경북 영주에서는 도배작업을 하던 근로자가 90㎝ 말비계에서 떨어져 숨졌다. 2021년에는 사무직 근로자가 공사현장 조도를 조정하기 위해 잠시 A형 사다리에 올라가 전등 위치를 조정하던 중 80㎝의 높이에서 떨어져 숨졌다. 두 재해자 모두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았다. 지대가 높지 않다고 해서 방심은 금물이다. 높이가 낮거나 간헐적 작업의 경우 작업발판 사용에 소홀할 수가 있다. 그러나 2~5m 작업발판에서도 사고는 발생한다. 현장에서 위험하지 않은 높이는 없다.
재해발생 원인으로 '불안전한 상태'와 '불안전한 행동'이 지목되는데, 이 두 가지를 예방하는 데 대책을 집중해야 한다. 먼저 불안전한 상태, 즉 '안전하지 않은 작업 현장'을 안전하게 바꾸는 것이다. 추락방호망·안전난간·개구부 덮개 설치 등의 추락방지 조치와 작업허가서 안전조치사항의 철저한 점검 및 위험성 평가를 통한 대책 수립으로 불안전한 상태를 제거해야 한다. 썩은 나뭇가지를 없애고, 튼튼한 나무를 만들어 원숭이가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불안전한 행동, 즉 '작업자의 안전하지 않은 행동'을 막아야 한다. 평소 나무 타는 데 베테랑인 원숭이가 나무에서 떨어질 때처럼 순간 '아차'하는 위험한 행동이 바로 그것이다. 관리감독자 배치와 개인보호구 착용 등의 관리감독 조치, 현장 내 안전 홍보물 게시, 주기적인 교육 등으로 작업자가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안전한 작업현장을 만들기 위해 안전보건공단은 산재보험에 가입하고 보험료를 체납하지 않은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건설현장의 추락방지용 안전시설을 설치하는 사업주를 대상으로 '클린사업장 조성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현장에서 스스로 유해위험요인을 파악하고 적절한 조치를 마련할 수 있도록 총 공사금액 120억원 미만의 소규모 건설현장에 대해서는 컨설팅도 실시하고 있다.
'이 정도면 괜찮아'는 현장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말이다. 대충 설치해 둔 비계, 느슨하게 착용한 보호구 등 잠깐의 방심이 자신을 위협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추락은 비단 남의 일이 아니다. '이 정도 높이는 괜찮다'거나 '나는 괜찮겠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사고는 자신의 눈앞에 있다. 간혹 나무에서 떨어지는 원숭이도 본인이 나무에서 떨어질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을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사고가 그렇다. '이 정도면'이 아닌 '이 정도는 해야지'라는 마음으로 작업에 임하며, 건설현장의 떨어짐 사고를 예방할 수 있기를 바란다.
김재관 안전보건공단 대구광역본부 건설안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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