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서울을 위한 지역균형발전

  • 허석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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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19 07:12  |  수정 2023-06-19 07:12  |  발행일 2023-06-19 제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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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석윤 논설위원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인 '지방시대' 얼개가 갖춰지고 있다. 지난달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한데 묶은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5개년 단위로 '지방시대종합계획'이 추진된다. 세부내용을 담은 시행령도 입법 예고에 들어갔다. 조만간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도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노무현 정부 이후 실종됐던 지방발전 정책들이 되살아나고 있는 것. 희망적인 일은 대구경북에 더 있다. 예정대로라면 2030년 즈음에 TK신공항이 개항한다. 숱한 우여곡절 끝에 성사시킨 최대 성과다. 그렇다면 TK를 비롯한 비수도권의 앞날은 탄탄대로인 걸까.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다. 무엇보다 '서울공화국'의 거대한 장벽이 가로막고 있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기득권 세력은 지방 발전을 탐탁지 않게 여긴다. 이 같은 속내는 서울지역 언론의 몽니에서 잘 드러난다. 과거에 그들은 행정수도는 물론 공공기관 이전도 한목소리로 반대했다. 수도권 공동화가 우려된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또 수도권 규제 완화가 지역균형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궤변도 늘어놓았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지방의 숙원 사업에 어김없이 딴지를 건다. TK신공항에도 '포퓰리즘' '예산낭비' 따위의 해묵은 낙인을 찍는다. 그들은 국가재정을 걱정하는 게 아니다. 지방 잘 되는 게 그냥 배가 아픈 것이다.

수도권 일극주의자들은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갖고 있다. 국가적 당면 과제가 아닌 지방에 대한 시혜성 정책으로 본다. 역대 정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역균형발전의 가치가 '지방 퍼주기' 프레임에 갇혀 폄훼돼 왔던 것. 이제 낡은 사고(思考)에서 벗어날 때도 됐다. 지역균형발전이 서울과 수도권에도 절실하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수도권 블랙홀'의 피해자는 지방만이 아니다. 서울과 수도권 역시 인구과밀의 심각한 부작용에 시달린다.

알다시피 국내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모여 산다. 인구 밀도가 OECD국가 중 1위다. 교통·주거난, 환경 오염 등 온갖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당연히 비싼 대가부터 치르고 있다. 서울만 하더라도 교통혼잡비용이 수십 조원이나 된다. 시민 한 명당 1천300만원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 차가 막혀 길바닥에 버리는 돈치고는 너무나 많지 않은가. 이에 더해 대기오염비용도 10조원을 훌쩍 넘는다. 천문학적 액수의 '과밀비용'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가 있다. 날로 가중되는 수도권 주민의 고통과 불편, 이건 돈으로도 해결 못 한다.

수도권, 특히 서울은 상류층이 아니면 삶이 팍팍하다. 주거에서 진짜 '인 서울'을 못해 외곽이나 위성도시로 밀려난 직장인은 교통체증과 '지옥철'에 시달려야 한다. 출퇴근 시간이 한 시간이면 운 좋은 축에 속한다. 4~5시간을 허비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서울 증식은 멈출 기미가 없다. 일류 대학, 양질의 일자리, 풍부한 문화 인프라로 전국 청년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에 따른 서울 초집중은 시민 불편 수준을 넘어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 '이태원 참사'는 과밀의 위험성이 극단적으로 표출된 사례다.

사람으로 치면 서울은 초고도 비만환자다. 과잉 섭취로 온갖 후유증을 앓고 있다. 다이어트가 당연한 처방이다. 영양 실조에 걸린 비수도권과 자본·인력을 적절히 나누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지역균형발전이 서울에 더 필요한 이유다.허석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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