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글로벌 대학? 글로컬 대학!

  • 오명훈 국립 금오공과대 산학협력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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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19  |  수정 2023-06-19 09:03  |  발행일 2023-06-19 제24면

[특별기고] 글로벌 대학? 글로컬 대학!
오명훈(국립 금오공과대 산학협력 부총장)

지난 2월부터 대학가에서 불기 시작한 '글로컬 대학 30'의 열기는 지난달 말 사업지원 마감일까지 말 그대로 '광풍'으로 변해 전국의 지방대학을 소용돌이로 몰아넣었다. 비수도권 대학 모두가 '글로컬 30' 사업을 지방대학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로 여기면서 대학의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 특정 지방대학은 다양한 방식의 연합체 구성 등 중앙정부의 대학 구조조정 정책에 일조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되기도 했다.

지난 1일 국내 언론이 보도한 '글로컬 30' 예비지정 신청에 관한 기사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전국에서 108개 대학이 94건의 신청서를 제출했다. 지방국립대는 31곳 중 25곳(80.6%), 일반 사립대는 66곳 중 64곳(97%), 사립 전문대는 63곳 중 18곳(28.6%)이 신청했다. 비수도권대학 166곳 중 무려 65%가 도전장을 낸 것이다.

필자가 재직하는 금오공과대학도 예비 지정사업 신청서를 제출했다. 계획서를 준비하면서 금오공대·안동대·경북도립대의 3개 대학 연합체 구성을 제안받는 우여곡절도 있었으나, 지난해 6월부터 교내 구성원과의 소통을 통해 준비한 '금오 퀀텀 점프 3.0(KQJ-3.0)'을 기초로 작성한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금오공대의 발전계획서는 간단명료하다. '지·산·학·연 상생 동맹으로 대학 내부 교육시스템을 혁신한 후 지역이 원하는 기술인력과 산·학·연 응용연구로 잠재력 높은 강소·중견 기업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하는 지역기업과의 동반성장'이다.

금오공대 발전 실천 계획은 △경북도·구미시 등 지방정부, 지역 3개 대학, 연구기관의 지역산업 혁신 거버넌스 구축 △K-star 200 프로젝트를 활용한 신사업 창출 혁신 생태계 조성 △신산업 생태계를 이끄는 미래융합 단과대학과 미래융합 대학원 설립 △지속·안정적인 응용기술 연구인력 양성을 위한 해외유학생 정착 플랫폼 구축 등 과감하고 혁신적인 대학체제 변환이다.

우리 대학의 '글로컬 대학 30 사업계획'은 2월1일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금오공대에서 열린 '제1차 인재양성 전략회의'에서 교육부가 제시한 'RISE 시스템 구축 및 글로컬 대학사업 시행 방안'인 4대 원칙에 가장 적합한 모델이라고 자부한다. 4대 원칙은 △대학 스스로 유연한 거버넌스 형성 지원 △과감하게 혁신하는 대학 맞춤형 지원 △RISE 생태계 속에서 글로컬 대학 집중 육성 △글로컬 대학에 전략적 투자이다.

전국 각 대학은 교육부의 '글로컬 대학 예비선정 결과 발표' 시점을 애초 일정보다 빠른 22~23일로 예상하고 있다. 주사위가 던져진 상태에서 결과를 기다리는 입장에서 문득 15년 전의 아픈 기억이 떠올랐다. 당시 금오공대 기획협력처장으로 근무하던 필자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제안한 '글로벌 대학 육성 및 Brain Korea 21 사업' 선정을 목표로 대학 역량을 아낌없이 쏟아부었으나 결과는 수도권대학에 편중됐다.

이번 '글로컬 30'은 '글로벌+로컬' 사업이다. 로컬에서 갖춘 교육혁신시스템을 바탕으로 글로벌 대학으로 성장하는 것이 최선의 글로컬 대학 모형이라고 생각한다. 해를 거듭할수록 신입생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글로컬 30' 사업을 수도권이 독식한다면 지방대학은 몰락하게 된다. 대학이 제시한 개혁과 혁신 평가가 아니라 교육부 중심의 비수도권 대학 구조조정 방안이나 대학 명성을 잣대로 '예비 글로컬 30'을 선정하는 잘못을 더는 범하지 않길 바란다.

오명훈(국립 금오공과대 산학협력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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