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세상] 글로벌 공급망 재편 및 우리경제의 위기와 기회

  • 박성훈 IDB(미주개발은행) Lead Offi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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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22  |  수정 2023-06-22 08:46  |  발행일 2023-06-22 제22면
미국 보호무역주의로 회귀

글로벌 산업구조 변화 바탕

선제적 위치선점·대응 통해

대체 생산기지와 투자유치

경제 성장의 기회로 삼아야

[더 나은 세상] 글로벌 공급망 재편 및 우리경제의 위기와 기회
박성훈 IDB(미주개발은행) Lead Officer

얼마 전 미국 텍사스에서 한국기업의 전기차 충전기 생산기지 준공식이 열렸다. 이번 행사는 미국 시장에서 초급속 충전기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SK시그넷이 주최한 것으로, SK 측은 이와 같은 미국 내 생산기지 구축을 통해 미국 내 충전기 시장 초기 선점을 노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삼성은 텍사스에 22조원 규모의 반도체 생산기지를 내년에 완공할 예정이다. 최근 한국 주요 기업들이 이렇게 미국 내 생산기지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은 이를 통해 미국 내 고용, 미국 내 부품 사용, 미국 내 완제품 생산 등 최근 미국 정부가 제시한 지원기준들을 충족시킴으로써, 미국 중심의 제조업 부흥과 글로벌 공급망 구축정책에 부응하고자 함이다.

트럼프 정부부터 시작된 미국의 자국 중심 제조업 부흥정책은 바이든 정부에 들어서도 그 기조가 전혀 변하지 않았고, 소위 반도체 지원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기후변화대응법)을 통해 그 대상을 미래산업으로 더 확대하고 있다. 말하자면 그간 일본·한국·중국 등으로 이전되어 왔던 생산기지와 글로벌 공급망의 중심을 다시 미국으로 돌림으로써, 미국이 다시 세계의 공장으로 회귀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모든 자동차가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전환되는 변곡점에서, 미국 정부는 배터리 충전산업 등이 현재 세계 정치와 경제에 큰 영향력을 가진 석유산업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가질 것으로 예상하고, 향후 관련 제조업을 미국이 주도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 미국이 자동차, 전자제품의 경쟁력을 일본·한국 등에 빼앗겼을 때, 태동단계였던 IT산업의 주도권을 초기에 확보함으로써 다시 한번 미국경제의 중흥기를 마련하였던 전례가 있음을 감안할 때, 최근 미국의 일련의 정책 방향은 유망산업에 대한 주도권을 최근 미국의 최대 라이벌로 부상한 중국에 빼앗기지 않겠다는 국제정치·경제적인 의도 또한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로의 회귀와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은 한국경제에 위기와 함께 기회가 될 것이다. 우리가 그간 누려왔던 자유무역주의와 기존의 글로벌 공급망의 큰 변화는 위기일 수도 있지만, 새롭게 재편될 글로벌 공급망에 대해 선제적 위치선점을 한다면 이는 우리 경제에 또 다른 도약대가 될 수도 있다. 과거 80년대 경제적으로 세계제패에 거의 다다랐던 일본에 대해, 미국은 플라자합의와 함께 일본산 반도체·자동차 등에 대한 규제조치를 통해 관련 산업의 글로벌 공급망을 한국, 대만 등 새로운 국가로 다변화했던 사례가 있다. 당시 한국은 발 빠른 대응을 통해 아시아에서 일본제조업의 대체적인 지위를 차지하였고, 이는 현재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를 달성하게 되는 발판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오랜 기간 우리는 세계 경제환경의 변동에 유연하게 대응하여 언제나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 왔다. 특히 우리 경제는 21세기 들어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해 왔던 중국의 역할에 적극 대응하여 각종 제품의 공급망을 구축함으로써 한동안 경제성장을 견인해 온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달라지고 있는 세계무역질서와 글로벌 산업구조의 변화에 대해 우리는 또 다른 접근방식을 취해야 할지도 모른다. 앞으로 본격화될 세계무역질서의 변화를 위기라고 생각하기보다 선제적 위치선점과 능동적 대응을 통해 대체적 생산기지와 외국인 투자유치 등 새로운 성장의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박성훈 IDB(미주개발은행) Lead Offi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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