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무인점포 전성시대 (2) 방치하면 절도범 타깃…낮엔 무인·밤엔 유인 '하이브리드 매장' 늘어

  • 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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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23  |  수정 2023-06-23 07:31  |  발행일 2023-06-23 제34면
관리 쉽고 창업비용 비교적 저렴
대기업 IoT 도입 영역 확장 나서
노숙자·취객 등 쉼터 전락 '골치'
물품수급·청결 꼼꼼히 신경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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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24와 배스킨라빈스 등 대형 프랜차이즈 기업들도 인건비 등 비용 절감과 가맹점주의 부담 경감 등을 위해 하이브리드형 무인가게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각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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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1. "자영업자들에게 있어 최고의 비용부담은 임대료와 인건비인데…일단 무인매장은 인건비가 빠지니 매력적이죠."

대구 월성동 일대, 일명 신월성 지역으로 불리는 곳에서 무인 로스트볼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49)씨는 코로나19가 끝날 무렵인 지난해 과감히 경영전환을 선택했다. 직원을 채용해 운영하던 매장을 무인매장으로 전환한 것. 관리도 용이하고 무엇보다 비용을 아낄 수 있었다. 하루에 2~3번 방문해 제품 진열과 청소 등의 간단한 관리를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올 연말까지 매장 수를 최소한 2개 이상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 지난 18일 오후. 대구시 중구 동성로의 한 공무원학원의 1층에 위치한 무인 라면 매장은 20~30대로 보이는 젊은 고객들로 북적거렸다. 매장 안에 한쪽 벽면에는 20가지 넘는 라면들이 채우고 있었다. 고객들은 익숙한 듯 각자 자기가 먹을 라면을 고른 다음 가열이 가능한 특수 재질의 큰 종이 그릇에 콩나물과 치즈, 만두 등 일명 토핑이라 불리는 식재료를 넣고 직접 끓였다. 라면에다 무료로 제공되는 부재료까지 합친 가격은 2천800원. 일반 분식집 라면 한 그릇이 4천~5천원인 점을 감안하면 가성비가 높다.

◆의식주에 안경원, 애견 목욕탕까지 무인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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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 매장 사업이 팬데믹을 기점으로 크게 활성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무인아이스크림 매장 창업. 상시 직원을 두지 않아도 되고 창업 비용이 비교적 저렴할 뿐 아니라 시간에 구애받지 않아 부업으로 각광 받고 있다.

편의점도 가맹점주의 경영 효율화를 위해 낮에는 무인, 밤에는 유인으로 운영하는 '하이브리드 점포'를 중심으로 무인점포를 늘려가고 있다. 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의 지난해 말 기준 국내 하이브리드 편의점은 3천100여 개로 1년 새 50% 이상 급성장 중이다.

최근에는 무인화 매장의 스펙트럼이 더욱 넓어졌다. 자판기형 무인카페나 무인 프린터 매장은 이제 클래식이 됐다. 무인 라면가게는 1인가구원들의 아지트가 됐고, 아이스크림 매장과 편의점을 합친 간식 가게도 속속 문을 열고 있다.

애견시장이 커지면서 심지어 24시간 무인 애견 목욕탕도 등장했다. 단체급식 사업장도 도시락이나 간편식을 비대면으로 판매하는 자판기 등을 설치해 무인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특히 대기업들이 무인매장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는 것도 성장성에 대한 긍정적 시그널을 주고 있다.

SPC그룹에서 운영하고 있는 배스킨라빈스는 무인 매장인 '플로우'를 확대하고 있다. 플로우는 사물인터넷(IoT) 무인 솔루션이 도입된 매장으로, 매장 출입부터 상품 구매, 배달까지 모든 서비스를 비대면으로 24시간 제공한다. 배스킨라빈스의 미래형 플랫폼으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무인화 바람은 앞으로 더욱 확대돼 다양한 업종에서 나타날 전망이다. 리테일테크나 푸드테크 등 최첨단 기술이 점차 발전해 가까운 미래의 무인매장은 보안과 이용 측면에서 보다 안정적 쇼핑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행정안정부에 따르면 2020년 1조2천억원 규모이던 국내 스마트상점시장이 2025년까지 세 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사는 사람에겐 무인가게지만 파는 사람에겐 유인가게

하지만 인건비 부담이 적고 관리가 편하다면 무인매장의 장점이 때로는 가장 큰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무인가게다 보니 물건을 도난당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국내 무인매장 절도 사건은 2019년 200건에서 불과 3년도 안 된 지난해 상반기에 2천800건을 훌쩍 넘어섰다.

대구 달성군 다사읍에서 무인 아이스크림 잡화점을 운영했던 배모(46)씨는 "하루에 신용카드를 분실했다며 찾아달라는 전화가 몇 통씩 오는 데다 그 카드를 주운 청소년들이 아이스크림을 사먹는 데 사용하면서 절도사건으로 커져 경찰서를 들락날락한 것이 몇 번인지 모를 정도"라면서 "그는 자잘한 절도사건은 아예 신고할 생각조차 안 했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노숙자나 취객이 점포를 공짜 쉼터처럼 쓰는 것도 골칫거리다. 이들로 인해 매장 청결도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손님들이 방문했다가 공포심에 발길을 돌리기 때문에 매출 감소로 직결된다. 생활 쓰레기를 버리거나 배설물로 매장을 더럽히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전문가들은 무인 점포 운영에도 노하우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일반 매장에 비해 임대료와 인건비가 적게 들고, 창업 문턱이 비교적 낮다고 해서 운영까지 수월할 것이라고 착각해선 안 된다는 것.

무인아이스크림 체인업체 '빙도리' 관계자는 "무인가게는 사는 사람은 비대면으로 살 수 있는 무인이지만 판매하는 사람은 절대 무인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무인 점포라고 해서 매장을 방치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점주가 매장 관리에 신경 쓰지 않으면 청결도가 급격하게 떨어져 방문객들의 재방문율은 낮아지고, 절도범의 타깃이 되기 쉽다. 매장 안에 비치한 물품을 수시로 정리하고, 판매량에 따라 수급 계획을 꼼꼼하게 세워야 한다.

무인매장이 일부 청소년의 놀이터로 전락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두류공원 인근에서 무인 애견목욕탕을 창업한 지모(32)씨는 "애견인을 대상으로 창업했지만 늦은 시간이나 인근에 대규모 행사가 있는 날에는 쉬러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면서 "커피 한두 잔 먹고는 몇 시간씩 자리를 차지하고 매장을 어지럽히는 것을 보고 있으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실제 수익적 부분에서 기대에 못 미는 것도 창업자들의 고민이다. 대표적 무인 매장 창업인 아이스크림의 경우 최근 전기료 인상까지 겹쳐 더욱 힘들어 지고 있다. 월성동에서 최근 아이스크림 무인점포를 창업했다는 성진영(43)씨는 "비수기 때 창업비용이 저렴해 2월에 문을 열었는데 최근까지 월세와 전기요금도 남지 않는 상황"이라면서 "여름 장사를 해보고 겨울 적자를 메울 수 있는지 보고 폐업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유형욱 창업컨설턴트는 "무인 점포 창업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지만 악성 고객 등 부작용이 적지 않다"면서 "창업해보면 일반 매장 못지 않게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기성품을 판매하는 만큼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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