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메일] 지역 간 의료 불균형이 주민 생명 위협한다

  • 조명희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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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26  |  수정 2023-06-26 06:51  |  발행일 2023-06-26 제25면

[여의도 메일] 지역 간 의료 불균형이 주민 생명 위협한다
조명희 국회의원 (국민의힘)

최근 응급환자가 치료할 병원을 찾아 떠돌다가 숨지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사망 사고가 잇달아 발생했다. 대구 사망 10대 여학생 사건, 교통사고 이후 복강 내 출혈로 사망한 70대 남성, 의식불명 된 지 4시간 동안 치료 가능한 병원을 찾지 못한 50대 암환자 사례 등이 대표적이다. 응급의료 기본계획이 시작된 지 25년이 지났고 매년 2천억원이 넘는 정부예산이 투입되고 있지만, 아직도 중증 응급환자가 치료를 못 받고 응급실을 전전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 5년간(2018~2022) 약 71만명의 중증 응급환자들이 적정시간 내 응급실에 도착하지 못했고, 전문의·병상 부족 및 병원 거부 등으로 119구급대가 환자를 재이송한 건수는 총 3만7천218건으로 나타났다. 대한민국의 필수의료가 붕괴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인구위기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가 무너지고 있다. '경북대병원 전공의 지원현황'(2017~2022)을 살펴보면, 소아청소년과 0%, 응급의학과 0%, 흉부외과 50%, 외과 66.7%로 충분한 의료진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또 극심한 저수가로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운영하는 병원들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2021년에만 266만명의 지방 환자가 수도권에 있는 의료기관을 찾아 5조2천억원의 진료비를 지출했다. 상황이 이럼에도 현재 수도권에서만 8개 대학병원이 10개 분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어 2028년까지 약 6천600병상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이미 상급종합병원 절반이 수도권에 있는 상황에서 대학병원 병상까지 확장된다면, 지방 의료인력 유출 및 필수의료 인프라 붕괴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대구도 마찬가지이다. 500병상 이상의 상급종합병원이 대구 중·남구와 북구, 달서구에 집중되어 있는데, 그중 인구가 22만명밖에 되지 않는 중·남구 지역에 3곳이나 있고, 인구가 100만명에 가까운 포항, 경주, 영천, 경산(하양), 대구 동구 반야월·안심 지역에는 전무하다. 골든타임을 놓쳐 사망하는 환자가 대구의 경우 인구 10만명당 45.69명(전국 평균 43.7명)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편이다.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비수도권 의과대학 졸업자 중 43.1%가 수도권에 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업무 강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개원 시 수입이 높은 피부과, 안과, 성형외과 등 소위 인기과에 대한 쏠림현상이 심해져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인 필자는 지난 국정감사 때 필수의료수가와 지역수가를 상향해야 한다고 강하게 질타하였고, 현재 보건복지부에서 개편방안을 마련 중에 있다. 또 대구동구발전연구원에서는 지난 2월, '첨단의료지구 조성으로 동구 발전 100년을 설계한다!'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하여 의료지역 불균형 문제 해결에 앞장서 왔다. 적절한 의료 조치를 제때 받는 것은 국민의 당연한 권리이다. 같은 세금을 납부하는 주민으로서 의료혜택은 모두가 동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지난 6월8일 대구 동구을 주민 400여 명이 모여 '광역거점병원안심유치위원회'(회장 김채환)를 발족했다. 위원회는 경북 청도, 경산 그리고 대구 수성구와도 연계되는 반야월 안심지구에 대형거점병원을 유치하여 지역 주민의 건강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갈 계획이다. 필자 또한 국회 보건복지위원으로서 의료권 보장과 필수의료 정상화 등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

조명희 국회의원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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