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열의 외신 톺아보기] 코뿔소의 수난

  • 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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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26  |  수정 2023-06-26 06:58  |  발행일 2023-06-26 제25면

[박재열의 외신 톺아보기] 코뿔소의 수난
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한방에서는 코뿔소의 뿔을 '서각'이라 한다. 서각은 같은 무게로 비교하면 금보다 비싸다. 암시장에서 아시아산은 1㎏에 40만달러, 아프리카산은 2만달러에 거래된다. 동남아 특히 중국과 월남 등지에서 정력제, 항암제로뿐만 아니라 통풍과 관절염에 좋다고 하여 거래되지만 그 약효가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는 없다. 주성분은 케라틴인데 손톱, 머리카락, 앵무새부리, 말발굽 등에 들어 있는 성분이다. 이것은 주로 밀렵꾼들이 공급한다. 2015년을 최고점으로 하여 코뿔소 밀렵 횟수가 줄어들긴 하지만 작년에 아프리카 전역에서 548마리나 희생되었다. 검은 코뿔소는 흰 코뿔소보다 개체 수는 많지만 현재 5천5백 내지 6천마리밖에 남아있지 않다.

코뿔소의 밀렵을 막는 궁여지책으로 뿔을 잘라버리는 방법이 있다. 아예 밀렵할 필요가 없도록 만들기 위해 지난 10년간 써왔다. 특히 야생동물보호 인력이 모자라는 곳에서는 이 방법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코뿔소를 안정시켜 엎드려놓고 안대를 채우고 귀도 막은 뒤 수의사가 전기톱으로 신경이 없는 부분을 잘라내는데 동물은 전혀 통증을 못 느낀다. 뿔이 다시 자라는 데는 약 18개월이 걸린다. 재미있는 것은 코뿔소 연구자들이 뿔을 잘라내면 코뿔소의 행동이 달라진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아프리카 검은 코뿔소는 자기 영역을 침입하면 인간이든 차량이든 거칠게 공격하는 성질이 있다. 그런데 뿔이 잘린 코뿔소는 마치 무기를 빼앗긴 것처럼, 혹은 입마개를 한 개처럼 상당히 자신감과 방어력을 잃을 뿐만 아니라 호기심이나 호전성도 감퇴하더라는 것이다. 다른 코뿔소와의 상호교류도 37%나 위축되며 행동반경도 평균 45.5%나 줄어들더라고 한다.

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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