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거주춤 걸음 방치하면 '꼬부랑 허리' 부른다

  •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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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27  |  수정 2023-06-27 14:28  |  발행일 2023-06-27 제13면
[전문의에게 듣는다] 요추관 협착증…W병원 척추센터 신동욱 부장(신경외과 전문의)

엉거주춤 걸음 방치하면 꼬부랑 허리 부른다
그래픽=장윤아기자 baneulha@yeongnam.com

과거에는 60세 넘으면 장수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환갑잔치까지 여는 풍속이 있었다. 현재 노인 기준 나이는 65세일 정도로 수명이 길어졌고, 60세가 훌쩍 넘은 나이에도 젊은이 못지않게 일을 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일을 많이 한 노인 중에는 유난히 허리가 굽은 분이 있다. 보통 허리가 굽은 경우를 보면 허리를 펼 수 없어 그런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제로는 허리를 펴게 되면 통증이 심하고 구부릴 때 편안함을 느끼는 '요추관협착증'을 앓는 경우가 대다수다. 협착증은 앞으로 구부리면 척추의 신경구멍이 넓어지면서 통증이 완화되기 때문이다. 50~60대부터 허리를 굽히고 펼 때마다 통증이 발생한다면 요추관협착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대부분 요추관협착증은 뼈의 노화 현상이 원인으로 꼽힌다. 나이가 들면서 관절이나 인대가 점차 비대해지고 불필요한 가시 뼈들이 자라 나와 척추관을 누르게 되는 것이다. 주요 증상은 허리나 엉덩이 부위 통증 등을 들 수 있다.

퇴행성 허리질환…대부분 40대 시작되고 여성이 더 많아
인대·뼈가 척추신경 눌러 엉덩이·발바닥까지 통증 유발
정확한 진단·선택적 치료땐 비수술적 방법으로도 호전

엉거주춤 걸음 방치하면 꼬부랑 허리 부른다
W병원 신동욱 신경외과 전문의

◆요추관 협착증

척추의 대표적인 퇴행성 질환인 요추관 협착증은 신경관과 신경근 압박으로 인해 요통이나 하지 증상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대부분 협착증은 40대에서 시작해 50~60대에 점차 악화되며 제3-4, 제4-5요추 및 제5요추-제1천추 마디에 주로 발생하게 된다. 초기에는 요통이 나이 탓으로 그러려니 한다. 하지만 그 뒤 신경이 압박돼 엉덩이와 허벅지가 따갑고 욱신한 통증을 호소하면서 무릎 아래에서 발바닥까지 저리고 시린 통증이 나타나게 될 때 병원을 찾게 된다. 이 질환은 40대에서 전체 인구의 1.7~8% 범위로 빈도가 증가하고, 여성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특히 퇴행성 척추 전반 전위증과 동반된 경우에는 약 4배나 증가한다. 이는 호르몬의 변화와 이로 인한 인대가 필연적으로 늘어남으로써 기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 원인은 '노화'

대부분 요추관 협착증은 뼈의 노화현상이 원인이다. 나이가 들면서 관절이나 인대가 점차 비대해지고 불필요한 가시뼈들이 자라 나와 척추관을 누르게 된다. 선천적 협착증은 선천적으로 척추관이 좁게 타고 나면 나이가 들면서 인대와 관절의 변성이 겹쳐서 발병한다. 후천적 협착증은 노화 현상으로 척추관이 좁아진 경우다. 척추의 퇴행성 관절염으로 관절과 인대가 비대해지고, 가시뼈들이 자라나 척수신경이 들어있는 요추관을 압박해 통증을 유발한다.

◆정확한 증상 감별 '절실'

주요 증상은 요통과 신경성 간헐 파행증이다. 걷거나 서 있을 때 엉덩이 통증을 호소하다가 서서히 허벅다리에서 무릎 아래 발바닥으로 내려가는, 저리고 시린 통증을 호소한다. 이러한 통증은 허리를 굽혀 지팡이나 보행기, 쇼핑용 손수레 등에 의지하거나 앉은 자세에서 증상이 다소 호전된다. 이 같은 자세에서 요추관이 일시적으로 넓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요추관 협착증에서 대소변 장애는 거의 일으키지 않는다. 천골 신경근이 마미총 중앙부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만약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아주 늦게 일어난다. 노년기 남자는 전립선 문제를, 여성인 경우엔 골반 바닥에 있는 근육의 무능력으로 인해 대소변 장애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봐야 한다. 요추관 협착증과 유사한 증세를 호소하는 경우로서 감별해야 할 질환으로는 허리 척추 굳음증, 척수병증, 골관절염, 혈관성 파행, 말초신경병증 등이 있다. 혈관성 파행증 또한 흔히 신경성 파행과 혼동할 수 있다.

◆조기 진단 필요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 등을 토대로 신경학적 검사와 문진 등으로 척추관 협착증이 의심된다면 방사선학적 검사 상 확진해야 한다. 단순 방사선 검사 상 척추 전방전위증(척추의 몸체가 아래 부분보다 앞으로 밀려 나가 있는 것) 및 퇴행성 여부는 어느 정도 확인이 가능하나 척추관의 좁아진 정도를 확인하기 위해선 척추 전산화 단층촬영, 척추 자기공명영상, 척수 조영술 등을 해야 한다.

단순 방사선 검사 및 척추 자기공명영상을 촬영해 추간판(디스크)의 변성과 척추 압박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아보게 되는데, 특히 척추 전산화 단층촬영으로 척추관 옆 위치한 바깥쪽 함요의 협착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척수 조영술상에는 척수 경막강이 전체적 혹은 부분적으로 좁아지거나 양측성으로 좁아져 모래시계 형태를 보이거나 조영제가 완전히 막힌 소견을 볼 수 있다. 자기공명영상에서는 압박된 부분이 더욱 잘 나타난다. 경추 척추관 협착증의 경우 단순 경추 방사선 검사상 전후 간격이 12㎜ 이하인 경우에 의심을 하게 되고, 전산화 단층 척수 조영술이 도움이 되기도 한다.

◆적극적인 치료해야

환자의 세심한 병력 청취와 진찰을 통해 선택적인 치료를 진행한다면, 요추관 협착증은 상당히 좋은 예후를 보이는 질환이다. 요추관 협착증은 오래 끌면서 대체로 만성적인 과정을 가진다. 상당수가 중등도 증상으로 악화되지 않고 유지되거나 비수술적 방법으로 호전될 수 있다. 비수술적 치료의 근본적인 원리는 약물이나 물리치료, 주사요법, 시술 등으로 통증을 감소시키는 것과 일상생활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이를 성취하기 위해 올바른 자세와 생활 습관을 개선하는 동시에 적절한 운동을 함으로써 치료의 효과를 더욱 효율적으로 유지한다.

수술적 치료를 검토할 때는 우선 생활양식이나 환자 개인적인 호소의 성향에 대한 면밀한 평가가 꼭 포함돼야 한다. 비수술적인 방법으로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견딜 수 없는 신경성 간헐 파행증이 가장 흔한 적응증이다. 이 증세는 전형적으로 잠시 걷거나 서 있기 힘들어 앉고 싶을 때가 있으나, 그 정도가 하루에도 몇 번 변할 수 있고 진행이 되면 기간이 짧아지는 경향이 있다. 수술을 고려해야 할 또 다른 적응증으로는 환자가 신경학적 소견을 가지고 있거나 생활양식의 상당한 악화 등이 동반된 경우이다. 어떤 수술 방법이든 그 목적은 생활의 기능을 개선시키고 통증을 감소시키는 것이다. 나이 때문에 금기증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환자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임상적 증세 및 진찰 소견과 영상학적 징표와의 일치도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협착증 수술의 성공률을 높이려면 수술 전 계획과 적절한 적응증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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