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직구 핵직구] KBS의 自業自得(자업자득)

  • 강효상 경인방송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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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28  |  수정 2023-06-28 06:57  |  발행일 2023-06-28 제27면

[돌직구 핵직구] KBS의 自業自得(자업자득)
강효상 경인방송 대표

얼마 전 개봉된 미국 액션영화 '존 윅4'를 재미있게 봤다. 이 영화에는 명대사가 많은데, 주인공 존 윅이 클라이맥스에서 말한 'Consequences'란 단어는 영화의 핵심주제어였다. 스크린 자막에는 '결과를 감내하라'라고 번역되었지만, 결국 모든 일에는 결과가 따르기 마련이란 뜻이다.

서두에 영화 이야기를 꺼낸 것은 KBS에 이 대사를 들려주고 싶어서이다. 공영방송의 이상적인 모델은 영국 BBC와 일본 NHK일 것이다. NHK의 경우 수신료가 높고 징수 방법이 지독하기로 유명하다. 수신료만 해도 2012년과 2020년에 인하한 데 이어 올해 10월에 10%를 추가로 인하한다고 했지만 여전히 월 약 1만1천150원으로 우리보다 훨씬 비싸다. 징수 방법도 징수원이 가가호호 방문해 거의 강제로 징수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하지만 NHK는 최고책임자인 회장을 2008년 아사히 맥주 회장 이후 6명 연속으로 내부인이 아닌 재계인사가 맡고 있다. 국민의 돈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내부 파벌과 자사 이기주의에서 자유로운 외부인 수장(首長)이 필요하다는 논리이다. NHK 측은 올해 수신료 인하와 관련, "이번 조치로 4천5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하겠지만 잉여금과 군살 빼기로 메우겠다"고 밝혔다. NHK 스스로 자구노력을 보임으로써 국민의 더 큰 호응을 얻겠다는 멋진 전략에 누가 박수를 치지 않겠는가.

영국의 공영방송 BBC는 국민에게서 직접 걷는 수신료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논란은 있지만, BBC의 공영성은 아마 가장 모범적일 것이다. 앵커나 기자가 정당 가입 의사를 밝히면 바로 방송에서 빼버린다. 한 기자가 신문 칼럼에 인종차별적 내용을 쓰자 BBC의 중립성을 해친다고 해고했다. 올해 4월에는 BBC의 리처드 샤프 회장이 임명되기 직전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의 거액 대출을 도왔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자 즉각 사임 의사를 밝혔다. 조사 보고서는 "샤프 회장이 존슨 전 총리로부터 독립적이지 못할 것이란 인식이 형성될 수 있다"고 밝혔고, 샤프 회장은 "자리를 지키고 있으면 BBC에 방해가 될 것 같다"고 화답했다. 이 역시 멋진 처신이 아닌가! 그런데 수신료 분리징수 발표 이후 KBS의 처신은 어떤가? 과거의 편파성 논란은 차치하고 지금의 태도만 봐도 자사 이기주의에 빠진 치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일례로 지난 8일 KBS는 9시 메인뉴스의 25%를, 톱뉴스부터 무려 다섯 꼭지를, '수신료 방탄보도'에 할애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방송 장악과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자처했던 경영진들이 '꼼수 사퇴 쇼'나 벌이고 있다. 품격이 너무 수준 이하다.

필자는 과거 국회의원 시절인 2018년 KBS 수신료 분리징수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국민의 사랑을 받는 공영방송이라면 월 2천5백원이 아니라 월 2만5천원, 아니 거액의 후원금을 낼 국민도 많을 것이다. 지금처럼 전기 요금에 강제로 붙여 받는 방식으로는 직원들의 노영(勞營)방송으로 안주하기 십상이다.

공정하지도 않고, 넷플릭스 등 OTT 플랫폼과의 경쟁에서도 참패한 KBS의 반성과 자구노력이 필요하다. 분리징수한 결과 국민이 외면해서 망한다면 그런 KBS를 존속시킬 이유가 있는가. 모든 건 오만한 KBS의 자업자득이다. Consequences!
강효상 경인방송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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