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아쉬움 하나, 기대 하나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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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29 06:50  |  수정 2023-06-29 06:50  |  발행일 2023-06-29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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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경북부장

3년 전 경북 예천에 단색화 거장 박서보 화백의 미술관이 건립된다는 소식에 반가웠다. 철강 산업이 쇠퇴하면서 죽은 도시로 전락했다가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구겐하임미술관이 들어서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된 스페인 빌바오가 되겠다는 장밋빛 꿈을 전해줘 기대가 더 컸다.

경북은 대구보다 상대적으로 문화예술 접근성이 떨어졌던 게 사실이다. 그나마 구미, 안동 등 대도시 중심으로 극장이 설립돼 공연을 접할 기회는 많아지고 있지만, 아직 미술관은 크게 활성화되지 못한 경북에 대형미술관 건립은 경북지역 미술 활성화의 모멘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천군이 추진한 박서보 미술관은 한국 단색화의 거장이라는 박서보의 존재감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박서보 화백이 제주도에 개인미술관을 짓기로 하면서 예천의 박서보 미술관 건립은 결국 물거품이 됐다. 예천군도 박서보 미술관 부지를 다른 용도로 이용할 계획을 추진 중이다.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경북도가 도립미술관 건립을 재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아쉬움을 달래줄 기쁜 소식이다. 도립미술관은 예천군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경북도청 신도시 내 부지(예천군 호명면 산합리 1499)에 건립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내년 상반기 문화체육관광부 공립미술관 설립 타당성 사전평가를 목표로 현재 건립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용역을 추진 중이다. 이에 앞서 경북도립미술관 건립 기본계획 등을 수립할 자문위원회도 공식 출범했다.

경북에선 그동안 박서보, 유영국, 이쾌대, 장두건, 남관, 박대성 등 뛰어난 예술가가 탄생했지만, 경북 미술계와 예술계를 아우를 구심점이 없었다. 도는 자문위원회 출범, 건립 기본계획 용역 등을 통해 지역 랜드마크가 될 경북도립미술관을 건립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였다.

경북도립미술관 건립은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역점사업 중 하나다. 도는 2018년 도청 신도시에 도립미술관 건립을 추진하기 위해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까지 마쳤지만, 정부의 사전평가를 넘지 못하면서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이번엔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의지다. 이 도지사도 "경북도립미술관이 경북 시각예술의 문화 플랫폼으로서 다양한 전시와 체험, 교육 등을 통해 도민들에게 고품질의 문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위원회와 함께 차질 없이 건립을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경북도는 미술관 없는 광역지자체라는 오명을 씻으려 한다. 현재 경북도는 전국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강원, 충북과 함께 도립미술관이 없는 광역지자체로 분류된다. 지역 출신 미술가들의 화려한 면모를 보면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미술관을 건립해야 할 이유는 차고도 넘친다. 미술의 중요성과 가치가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영국 작가 알랭 드 보통은 저서 '영혼의 미술관'에서 미술의 기능으로 △기억 △희망 △슬픔 △균형 의식 △자기 이해 △성장 △감상을 꼽았다. 특히 희망을 쉽게 잃어버리는 인간에게 희망을 주고 슬픔을 이겨내는 힘을 주는 미술의 기능은 주목할 만하다. 예술을 통해 성장하는 우리의 모습 또한 가치가 크다. 이런 미술을 경북 지역민이 좀 더 가까이 할 수 있다는 것은 지역민의 건강한 삶은 물론 풍요로운 삶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아무쪼록 많은 지역민이 미술이 주는 그 큰 힘을 경북도립미술관을 통해 느껴보길 바란다.김수영 경북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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