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대중국 무역적자는 탈중국 탓" 그 진실은?

  • 권업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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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30  |  수정 2023-06-30 06:55  |  발행일 2023-06-30 제22면
中대사의 엄포성 경고지만

정부 미·일 편향적 행보 등

산업경쟁력 개선 필요 있어

미국에 일방적으로 편승땐

中 보복조치 가능성도 존재

[경제와 세상] 대중국 무역적자는 탈중국 탓 그 진실은?
권업 (객원논설위원)

한국의 대중국 무역적자는 탈중국 때문이라는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의 발언이 우리 사회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싱 대사가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불만을 여과 없이 드러낸 지난 6월8일 발언 중에서도 이 부분은 우리나라 외교뿐만 아니라 경제·산업계까지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특히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2000년 마늘 파동, 2017년 사드 배치에 따른 한한령, 2021년 요소수 품귀 사태 등 중국의 무역 제재를 통한 외교적 압박을 경험해온 우리로서는 사실 확인 이전에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대중국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2013년 628억달러로 정점에 달한 이래 작년 12억달러로 급감했고, 올해 3월 누적 기준으로 79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총량 기준으로도 대중 수출은 중국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지난 12개월째 감소 중이다. 하지만 올해 1분기 총수출 대비 국가별 수출 비중에서 중국은 497억달러로 여전히 1위(19.5%)다. 지난 3월 한 달 전체 무역 적자 중 대중 무역 적자가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중국의 비중은 크다.

그러면 싱 대사의 발언은 사실인가? 현재 대부분의 국내·외 전문기관들은 대중 무역 적자의 주 원인으로, 첫째, 코로나19로 인한 중국의 소비 경기 위축, 둘째, 미·중 갈등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무역의 블록화와 공급망 재편(반도체의 chip4 동맹 등), 셋째, 2차 전지 등 주력 수출품 제조를 위한 원자재 가격의 상승, 넷째, 우리 기업 생산거점의 동남아시아 이전으로 인한 대중 중간재 수출의 급감, 다섯째, 중국 기술 수준의 성장으로 주요 수출 품목의 대중 수출경쟁력 약화를 꼽는다. 5월2일자 S&P가 한국 수출을 전망하는 보고서에서 미국과 EU의 저성장이 우려되는 요소이지만 코로나19를 벗어나 시장의 "Reopening" 징후를 보이는 중국의 긍정적인 영향으로 성과 호전을 예측한 것도 이러한 요인 분석과 논리적 일관성이 있다. 거기다 우리 정부가 중국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취하는 배경은 중국 배제가 아니라 지난 10년간 중국 쪽으로 치우쳤던 열강외교의 균형을 잡는 전략이라는 시각이 많다. 대통령실이 중국과의 외교 마찰보다 싱 대사 개인의 일탈 발언으로 정리하려는 것도 하나의 정황 증거다. '중국의 조용한 침공'의 저자 클라이브 해밀턴은 "중국은 중국에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것을 이용해 다른 나라의 정치적 양보를 받아 낸다"고 비판한다. 이것이 자국의 이익에 따라 겁박을 하고 빠지는 중국식 '전랑(戰狼) 외교'다. 우리 외교부가 싱 대사를 '초치'하여 항의한 것과 같은 수준의 외교적 조치인 '웨젠'을 통해 주중 정재호 대사에게 항의한 것도 더 이상 확전을 원치 않는 중국 정부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은 교역에서 중국이 필요로 하는 전략적 가치를 아직은 가지고 있다. 이러한 분석과 전망, 드러난 정황을 종합하면, 한국이 탈중국 외교를 한다는 싱 대사의 주장은 엄포성 경고에 가깝고, 탈중국이 대중 무역 적자의 요인이라는 싱 대사의 강변 역시 정확한 설명이 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하지만 대중 무역 적자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급상승하는 중국의 대한국 교역경쟁력에 주목하여, 특히 고급 기술 분야에서 우리의 혁신 역량을 제고하고 산업 경쟁력을 개선해야 하는 숙제가 남는다. 또한 윤석열 정부의 미·일 편향적 행보가 한국 경제에 중대한 손실을 안겨주게 될 것이라는 묵시적 경고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특히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에 따라 한국이 미국에 일방적으로 편승할 경우 중국이 보복 조치를 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희토류 등 중국이 독점적 공급망 우위를 가진 소재들을 활용한 대한국 무역 제재는 가능한 사례로 꼽힌다. 상황별 예상 시나리오와 선제적 대응책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권업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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