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기부 후진국 한국

  • 허석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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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7-03 06:54  |  수정 2023-07-03 06:54  |  발행일 2023-07-03 제27면

세계기부지수(World Giving Index)란 게 있다. 영국 자선지원재단 CAF가 세계 각국의 기부 현황을 비교해보려고 만든 지표다. △모르는 사람 돕기 △기부 경험 △자원봉사 등 설문 결과를 토대로 지수를 산정해 2010년부터 매년 발표하고 있다. 2022년 세계기부지수 순위를 보면 의외다. 톱10에는 미국(9위)을 제외하고 모두 중·저소득 국가가 랭크돼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5년 연속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기부가 소득 수준과 무관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1인당 국민소득 5천달러에 불과한 인도네시아가 '기부왕'이 된 데는 자선을 강조하는 이슬람교 영향이 크다. 또 강한 공동체 의식, 정부의 적극적인 장려책도 기부문화 활성화에 한몫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기부지수는 코로나19가 정점이었던 2021년, 조사 대상 119개국 중 11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88위로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세계 최하위권이다. 2011년 57위를 기록한 후 지난 10여 년간 꾸준히 하락하는 추세다. 한국의 기부문화가 척박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치열한 생존 경쟁과 경제적 불평등, 기부에 대한 낮은 인식, 기부금 세제 혜택 축소 등이 주된 요인이다.

일부 자선단체나 자선가의 비리로 인해 기부에 대한 불신감이 높아진 것도 문제다. 실제로 어려운 이들을 돕는 척하면서 돈을 착복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얼마 전 대법원은 마스크 납품 대금 24억원을 떼먹은 사업가에게 징역 4년을 확정했다. '마스크 기부 천사'로 명성을 얻은 그의 실체가 사기꾼이란 사실이 씁쓸하다. 허석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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