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사교육비 없는 세상이 되려면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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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7-05 07:01  |  수정 2023-07-05 07:01  |  발행일 2023-07-05 제26면
사교육으로 내몰리는 학생
사교육비에 허리 휘는 부모
사교육 없는 세상 가능할까
방법 알지만 실천이 어려워
실천할 용기에 힘 실어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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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호 인터넷뉴스부장

대한민국에서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 되는 이슈가 있다. 폭발력이 워낙 큰 탓에 그 어떤 누구라도 이 문제로 시비가 걸리면 살아남기 어렵다. 그 두 가지는 바로 '대학입시(대입)'와 '군대'다. 여기서 더 건드리면 안 되는 것의 최고봉을 꼽으라면 '대입'이다. 그나마 군대는 현재까지 남자들만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대입 관련 이슈, 정확히는 사교육 관련 이슈를 들고 나왔다.

사교육비 경감과 관련해 김은혜 홍보수석은 서명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은 어제(6월15일) 이주호 교육부 장관에게 '쉬운 수능' '어려운 수능'을 얘기한 것이 아니다. 공정한 변별력은 모든 시험의 본질이므로 변별력은 갖추되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는 수능에서 배제하라.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아예 다루지 않는 비문학 국어 문제라든지 학교에서 도저히 가르칠 수 없는 과목 융합형 문제 출제는 처음부터 교육 당국이 사교육으로 내모는 것으로 아주 불공정하고 부당하다. 국민은 이런 실태를 보면 교육 당국과 사교육 산업이 한통속이라고 생각하게 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학교 수업에 충실하고, 예습과 복습을 철저히 하는 것만으로도 공정한 경쟁이 될 수 있도록 해서 그 누구도 사교육을 받아야 하는 상황을 만들지 말라는 의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사교육이 사라진다면 아이들은 학원이 아니라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만나고, 사교육비 때문에 힘들어하던 부모들은 그 돈을 아이들과 함께하는 것에 쓸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안고 던진 메시지로 읽힌다.

의지는 확인됐지만, 그게 실현할 수 있는 것인가라는 문제가 남는다. 정부 측에서 아무리 강력하게 메시지를 던져도,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으면 사교육은 사라지지 않는다. 바퀴벌레 약을 친 것처럼, 잘 보이지 않는 곳으로 숨어들 것이다. 공개된 학원이 아니라 과외 시장으로 더 은밀하게, 그리고 경제적 부담은 더 크게 되는 역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런 사교육이 생긴 이유는 명확하다. 소위 명문대를 졸업하면 대기업 들어가는 것이 좀 더 가까워지고, 대기업에 들어가면 중소기업과 비교하기도 힘든 임금 격차와 복지 등으로 자신은 물론 자녀 세대까지 사교육(?) 덕분에 얻은 결과의 혜택을 볼 수 있어서다. 의대도 마찬가지다. 명문대가 대기업 입사에 유리한 고지를 올라 선 거라면, 의대 입학은 대기업보다 더 좋은 조건에 평생 눈치 안 보며 일할 수 있는 자격을 얻는 것과 같아서다.

이런 상황이 바뀌지 않으면 사교육도 사라지지 않는다.

중고등학교 6년 고생하면 60년 인생이 편해지는 세상이 아니라 이 땅에 사는 누구든 자기 하고 싶은 것(놀고먹는 것 빼고)을 하면서도 먹고사는 걱정을 안 할 수 있는 사회, 학벌 때문에 다른 대우를 받지 않거나 받더라도 아주 조금 차이 나는 정도면 사교육은 사라질 수도 있다.

다행인 것은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사교육을 없애는 방법을 안다는 것이고, 불행한 점은 그걸 실천하거나 하려는 사람이 적다는 점이다. 자녀의 인생을 걸고 해야 하는 승률 낮은 도박 같은 행동인 탓에 더 그렇다. 정부가 사교육을 없애는 방법이 아니라 그 방법을 실천하고자 이들의 불안감 해소에 먼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노인호 인터넷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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