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범의 시선] 지방이 '시대정신'이다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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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7-09 17:43  |  수정 2023-07-10 09:18  |  발행일 2023-07-10 제26면
대한민국 인구절벽 시대
지방소멸도 가속화 위기
수도권도 소멸 영향권에
영남일보, 장기 기획으로
지방시대 위한 전략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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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가 지방소멸 시리즈를 시작했다. '대한민국 대전환, 지방시대'라는 타이틀을 붙였다. '대구경북 소멸 보고서'라는 부제를 달았다. 지방소멸, 인구절벽은 대구경북뿐 아니라 전국의 모든 지방이 안고 있는 문제다. 대구경북이 끙끙 앓고 있는 고민이 사실 대한민국의 질환인 셈이다. 지방만의 문제도 아니다. 서울과 수도권도 소멸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합계출산율을 보자. 합계출산율은 가임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의 숫자다. 지난해 대한민국의 합계출산율은 0.78명이다. OECD 국가 가운데 '0명대'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서울은 0.59명에 불과하다. 전국 17개 지자체 가운데 가장 낮다. 블랙홀처럼 대한민국의 자원을 빨아들이고 있는 서울의 '인구충격'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자원 경쟁 속에 삶의 위험 회피 수단으로 자녀 출산을 포기하고 있다. 지방에 '먹이'가 없어 서울과 수도권으로 왔더니 '둥지'가 없어 알을 못 낳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수십 년째 지적되는 문제에도 제대로 된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정부가 출산 장려를 위해 지난 16년간 280조원을 쏟아부었다는 데도 악순환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방의 대표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청년 인구의 유출도 마찬가지다. 지자체마다 청년 인구의 유출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허사다. 오히려 청년의 '지방 탈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지금 상태로는 서울과 수도권으로의 청년 이동을 막을 수 없다. 더 나은 교육과 일자리를 위한 청년들의 선택은 자연스럽고 합리적이다.

최근 지방소멸과 인구절벽을 다루는 언론사들이 많다. 중앙언론도 집중적으로 지방 문제를 다루기 시작했다. 중앙언론이 지방소멸에 관심을 가지는 게 새삼스럽지만 다행스럽다. 지방소멸 문제에 대한 공감대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된다. 때마침 윤석열 정부도 '지방시대'를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됐고, '인구감소지역지원특별법'도 시행되고 있다.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정부로 대폭 이양하는 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지방시대를 열기 위한 토대가 조금씩 구축되는 모습이다. 변화의 기운이 반갑다.

윤 대통령은 최근 차관급 인사를 단행하면서 "이권 카르텔을 혁파하라"고 주문했다. '이권 카르텔'은 외부에만 있는 게 아니다. 지방을 식민지 취급하는 중앙 공무원의 보이지 않는 카르텔도 존재한다. 자치조직권 사례에서 알 수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해부터 자치조직권에 대한 자율성 보장을 요구하고 있지만, 감감무소식이다. 홍 시장은 지난 4월 대구를 찾은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유민봉 사무총장에게 "지방자치가 시작된 지 32년이 지났음에도 서울과 다른 지자체 간의 차별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서울시는 인구가 훨씬 더 많은 경기도보다 부단체장의 직급이 더 높고, 부단체장·기획조정실장에 대한 임명권도 행정안전부의 통제를 받지 않고 있다. 서울시 중심의 불합리한 차별을 철폐하는 것인 지방시대의 출발"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위기는 새로운 길을 여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영남일보는 일회성이 아닌 장기 기획으로 대구경북의 문제를 촘촘히 들여다보고, 전문가들과 함께 새로운 '지방 전략'에 대한 모색에 나선다. 더 크고, 발전적인 지방시대에 대한 논의가 확장되길 기대한다. 인구절벽의 위기를 맞은 지금 '시대정신'은 지방이다.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열쇠가 바로 지방이다.
조진범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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