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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런치플레이션으로 한 끼 해결을 위해 '빅' '더블' '롱' 등의 이름을 달고 용량을 늘린 삼각김밥을 찾는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이마트24 제공〉 |
편의성과 가성비가 좋은 '대용량' 제품이 최근 MZ세대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만성적인 물가상승 여파로 가성비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많았지만, 최근 소비자들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제품의 시각적 재미까지 추구하면서 SNS를 통해 제품 정보를 너도나도 공유하고 있다.
8.5배 커진 '점보 도시락' 라면 매진 행렬
벤티 얼음컵 누적 판매량 2천만개 넘어서
삼각김밥도 빅·더블·롱사이즈 등 다양화
스타벅스 9월까지 887㎖ 트렌타 한정 공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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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 판매량 2천만개를 돌파한 편의점 CU의 벤티 사이즈 얼음컵. 〈BGF 제공〉 |
◆편의점 라면부터 시작한 '대용량' 트렌드…다양한 제품군으로 확대
'대용량' 제품으로 처음에 큰 주목을 받았던 제품은 편의점 GS25의 '점보 도시락' 컵라면이다. 이 도시락은 기존 '팔도 도시락'보다 크기가 8.5배 더 큰 대용량 제품이다. 중량도 기존 제품(86g)보다 8배 정도 늘린 729g이다. 8~9명이 먹을 수 있는 양이다.
제품 출시 당시 '비주얼 쇼크'를 일으키며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가잼비' 트렌드에 열광하는 10~30대 고객이 구매 비중의 89%를 차지했다. 이 영향으로 GS25의 6월 차별화 컵라면 매출은 전년 대비 무려 84.9%나 상승했다. 한정 기획상품이지만 출시 이후 여전히 매진 행렬을 이어진다. 지난 5월 말 첫 출시한 이 컵라면은 3일 만에 초도 물량 5만여 개가 모두 팔려 나갔다. GS25는 지난달 16일부터 주 1회, 3만여 개의 '점보 도시락' 공급을 재개했지만 완판 행렬이 지속됐다. 해외 관광객의 기념품·고객 사은품으로 활용하려는 업체들의 이색 수요까지 확대된 결과다.
점보 도시락을 시작으로 대용량 제품 소비 열기는 식품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초대형 상품 출시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빅 사이즈 얼음도 대세다. 편의점 CU가 2021년 업계 최초로 선보인 대용량 벤티 컵얼음은 이달 누적 판매량 2천만 개를 넘어섰다.
벤티 컵얼음은 기존 일반 컵얼음(180g)과 빅 컵얼음(230g)보다 두 배가량 용량이 커졌다. 최근 고객들의 음용량이 점차 늘어나자 사이즈 차별화를 시도한 것. 음료의 대용량 선호 트렌드와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자들의 수요가 맞물린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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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GS25가 내놓은 대용량(8~9인용) 점보 도시락 라면. 〈GS25 제공〉 |
삼각김밥의 사이즈도 커졌다. 이마트24에 따르면 최근 점심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해 빅(Big)·더블(Double)·롱(Long) 형태의 삼각 김밥을 찾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실제 이마트24가 올해(1월1일~6월19일) 삼각김밥·김밥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더빅·더블삼각김밥' '대용량 김밥'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1% 늘었다. 일반 삼각김밥·김밥 증가율(33%)보다 38%포인트 높은 수치다. 이마트24는 전주비빔, 통햄참치마요, 매콤제육 삼각김밥 등 총 13종의 더빅 상품을 운영 중이다. 더빅 2종을 결합한 '더빅더블삼각김밥' 판매를 시작했다.
◆별다방 커피에도 빅사이즈 바람
스타벅스 코리아는 20일부터 올해 9월 말까지 '트렌타' 사이즈를 한정 출시한다. 여름철 인기음료인 '콜드 브루' '자몽 허니 블랙 티' '딸기 아사이레모네이드 스타벅스 리프레셔'의 아이스 컵 사이즈 옵션에 트렌타 사이즈를 추가한다. 트렌타는 이탈리아어로 '30'을 의미한다. 이 용량은 30온스(887㎖)다. 아이스 음료는 기존에 톨(12oz,355㎖)·그란데(16oz,473㎖)·벤티(20oz,591㎖) 사이즈가 있었지만 이번에 '트렌타'가 새로 추가되면서 가장 큰 사이즈가 됐다. '트렌타' 사이즈 출시는 스타벅스 아시아 지역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게 이 사이즈를 취급하게됐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스타벅스 코리아 관계자는 "북미 지역에서 해당 사이즈를 경험한 한국 고객들의 꾸준한 요청을 적극 반영해 올해 출시했다"고 말했다.
◆불황형 소비 속 MZ세대 유행 주도
최근 SNS에서 핫한 대용량 상품이 화제가 되고 있다. 적은 양을 맛있게 먹는 '소식좌' 먹방이나 예쁘고 아기자기한 디자인과 화려한 색감의 먹거리가 인기를 끌었던 것과는 상반된 반응이다.
물가가 무섭게 치솟자 소비 트렌드가 바뀐 탓이다. 경기불황도 한몫했다. 소비자들은 △가성비 △가용비(단위 용량당 가격) △가잼비(가격 대비 재미) 등으로 상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특히 가잼비를 중시하는 '펀슈머'들에게 대용량 상품은 매력적이다. 펀슈머는 재미를 뜻하는 '펀(Fun)'과 '컨슈머(Consumer·소비자)'가 합쳐진 용어다. MZ세대를 중심으로 독특하고 흥미로웠던 소비 경험을 SNS 등에 공유하면서 유행을 이끌고 있다. 최근 등장하는 대용량 상품이 바로 이 펀슈머들을 끌어들인 셈이다.
시대 상황과 맞물려 대용량 제품은 유튜버의 '먹방용 제품'으로 많이 각광받는다. 대용량 제품이 소비자 입맛까지 사로잡고 있는 셈이다.
먹방 콘텐츠가 뉴미디어의 대표 콘텐츠로 자리 잡은 지는 오래됐다. 이전부터 먹방 유튜버들이 회전초밥 100접시 먹기 등 혼자서 먹을 수 없는 대용량 음식을 먹는 모습이 인기를 끌었다. SNS 이용자에게 재미는 물론 대리 만족감까지 선사했다.
지역 유통업계 관계자는 "불황형 소비 경향이 퍼지면서 가성비·가용비·가잼비를 갖춘 편의점의 대용량 상품이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유통업체가 앞다퉈 대용량 상품을 시장에 출시하자 '많은 양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남영기자 lny0104@yeongnam.com

이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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