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기후재앙

  • 허석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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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7-21 06:58  |  수정 2023-07-21 07:03  |  발행일 2023-07-21 제23면

여태껏 이런 장맛비는 없었다. 말 그대로 '물폭탄'이었다. 장맛비가 시작된 지난달 25일부터 누적 강수량이 기상 관측이 시작된 1973년 이래 최고치다. 특히 시간당 강수량이 최대 60~80㎜에 달하는 지역도 있었다. 통상 집중호우 기준이 시간당 30㎜ 정도여서 이번처럼 하늘이 뚫린 듯 미친듯이 퍼붓는 비를 규정하기에는 부족하다. 그래서 새로 등장한 용어가 '극한호우'다. 시간당 강수량이 50㎜ 이상이면서 동시에 3시간 누적 강수량 90㎜ 이상인 경우다. 시간당 강수량 72㎜ 이상도 해당한다. '극한호우'는 기상청이 지난해 서울에서 시간당 140㎜가 쏟아지자 만든 용어지만 실제로 사용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기상청의 선견지명인 셈이다.

'극한호우' 빈도가 갈수록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급격한 기후변화에다 '슈퍼 엘니뇨'가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탓에 요즘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이상 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 유럽, 중국은 40~50℃의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 대륙의 수은주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가운데 중국 북서부는 52.2℃까지 치솟아 '불지옥'을 방불케 했다. 또 지구 곳곳이 대형 산불과 홍수로 황폐해지고 있다. 특히 인도에선 45년 만에 최악의 홍수가 발생해 6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알다시피 지구온난화는 인류의 자업자득이다. 그 대가인 '기후위기'가 생각보다 빨리 찾아온 듯하다. 사실 기후위기라는 표현도 현실보다 뒤처진 느낌이다. 요즘 전 세계를 덮친 살인적인 폭염·폭우는 '기후재앙'이 이미 시작됐음을 알리는 경고 메시지인 것 같다. 허석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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