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못난이 농산물로 농가·소비자 氣 살려요"

  • 이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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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7-28  |  수정 2023-07-28 08:04  |  발행일 2023-07-28 제12면

유통가 못난이 농산물로 농가·소비자 氣 살려요
갑작스레 찾아온 집중호우로 채소류에 이어 과일값, 축산물 등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롯데쇼핑 제공>
유통가 못난이 농산물로 농가·소비자 氣 살려요
<게티이미지뱅크>

고물가와 함께 찾아온 불청객인 '집중호우'로 피해를 호소하는 농가들이 늘고 있다. 채소류에 이어 과일, 축산물가는 이미 급등하고 있고 흠집이 난 농산물도 쏟아지고 있어 농가들이 울상이다. 유통업계는 농가와 상생 차원에서 피해 지역 농산물을 적극 매입해 가격 안정화에 동참하고 있다. 특히 이른바 '못난이 농산물'의 할인 판매가 눈에 띈다. '맛난이 농산물'로 이름 붙여 소비자들의 거부감을 해소하려는 유통가의 모습도 엿보인다.

"작은 흠 있어도 맛·영양 차이없어"
시세보다 최대 50% 이상 싸게 팔아
연일 폭등하는 물가에 수요 급증
수해 농가는 폐기부담 덜어 반색

농협, 한우 60%까지 할인 판매중


농가 相生·물가안정 '두 토끼' 좇아

최근 극한 호우로 피해를 본 농가가 속출하면서 소비자들 근심도 깊어지고 있다. 유통업계는 '못난이 농산물'을 할인 판매하며 소비자들의 부담을 줄이려는 분위기다.

지난 9일부터 이어진 집중호우로 지금까지 농작물 3만6천252.0㏊가 침수되고 농경지 613.6㏊가 유실·매몰됐다. 이 중 436.4㏊는 낙과 피해를 봤다. 이를 합친 피해면적 규모는 여의도 면적(290㏊)의 127.1배에 이른다. 축사와 비닐하우스는 61.2㏊가 파손됐고 가축은 92만9천마리가 폐사했다.

못난이 농산물은 맛과 품질에는 이상이 없다. 단지 크기나 모양이 규격에 맞지 않거나 작은 흠집으로 인해 상품성은 떨어진다. 과거엔 소비자로부터 외면받았지만 요즘엔 소비자들이 저렴한 가격표에 더 관심을 가지면서 호사를 누리고 있다. 농가들도 반색한다. 흠 있는 농산물의 폐기비용을 줄이면서 소득도 올릴 수 있어서다.

물가가 치솟을수록 못난이 농산물과 같은 저렴한 농수산물을 찾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이미 B+급 상품을 '상생 채소' '상생 과일'이라는 이름으로 시세보다 저렴하게 판다. 농가의 시름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한 방편이다.

실제 올 상반기까지 '상생 농산물'의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0% 이상 증가했다.

이번 폭우에도 롯데마트와 슈퍼는 지난 21~22일 외관상 흠집이 나서 상품성이 떨어지는 오이를 대거 매입했다. '상생 다다기 오이'라는 이름까지 붙였다. 일반 상품과 비교해 50% 이상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홈플러스도 비 피해를 본 강원 산지의 다다기 오이, 청양·오이맛고추를 '맛난이 농산물'로 선보인다. 오는 8월2일까지 모든 점포에서 하루 5천 봉씩 한정 판매한다. 모양과 크기가 유통규격에서 등급 외로 분류되지만, 품질엔 이상이 없어서 '맛난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일반 상품보다 20~30% 싸게 판매할 방침이다.

농협은 농축산물 물가 안정을 위해 대대적인 특별 할인을 진행한다. 농협중앙회는 하나로마트에서 '농축산물 가격안정 특별할인 홍보행사'를 개최한다. 한우와 채소류를 대상으로 할인 행사를 한다. 다음 달 2일까지 상추와 시금치 등 채소류 6종을 최대 43% 할인해서 판매한다.

축산물 가격 오름세가 완연하자 27일부터 닷새간 하나로마트와 온라인 쇼핑몰에서 한우 구이류와 국거리 등을 최대 60% 할인한다. 다음 달 1~5일까지 1++등급 한우 등심을 100g당 9천600원에 판매한다.

농가 상생에 편의점이 빠질 수 없다. 편의점 GS25는 8월에 열릴 과일 행사에 이번 수해로 피해를 본 경북, 충청도 지역 과일을 매입할 예정이다. 경북 지역의 못난이 사과, 충북 영동 등의 복숭아가 대상이다. 흠이 있지만, 맛에는 이상이 없는 상품을 적극 매입해 피해 농가의 판로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슈퍼마켓인 GS더프레시는 마늘, 대파, 알배기배추 등 채소류를 중심으로 못난이 상품을 매입해 할인 판매한다.

호우 피해 복구 지원 사격도 나서

대구百 비롯 신세계·SPC·농심 등
경북 북부 이재민 성금·물품 기탁
편의점업계도 생활물품 지원 동참


이번 집중호우로 피해가 극심한 경북 북부지역에 대해 식품·편의점 업계 등 유통업계가 빠른 복구를 기원하며 지원 사격에 나섰다.

대구백화점은 지난 25일 오전 집중호우 피해 복구 작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육군 제50 보병사단을 방문해 군장병 위문금 500만원을 전달했다. 이번에 전달된 위문금은 지난 5월 '대백 한마음 플리마켓'을 통해 얻은 수익금과 집중호우 피해 복구에 힘을 보태고자 대백 임직원들이 십시일반 모은 것을 합친 것이다.

신세계그룹도 전국적인 집중호우로 피해를 본 지역사회의 신속한 복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성금 5억원을 내놨다. 성금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기탁하며, 수해 지역의 복구 및 이재민 지원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성금 기탁과 함께 구호 물품 지원에도 나선다. 이마트, 이마트24, 이마트에브리데이는 수해 지역의 지자체와 구호협회를 통해 생필품과 간식류를 전달했다.

이마트는 전국재해구호협회에 생수 2만여 개, 컵라면 1만3천여 개의 구호 물품을 전달했다. 이마트24, 이마트에브리데이는 경북·충북·충남·전북 12개 시·군의 폭우 피해를 본 지자체에 생활물품을 지원했다.

SPC그룹의 SPC행복한재단은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SPC삼립 빵과 생수 총 1만개를 경북·전북·충북·충남 지역에 전달했다.

농심은 경북과 충북 지역에 라면과 백산수 등으로 구성된 '이머전시 푸드팩' 2천500세트를 긴급 지원했다.

이남영기자 lny0104@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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