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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까지만 해도 상추 한 봉지에 3천980원이었는데, 오늘은 4천980원이야. 채소가격 상승세가 넘 무섭네요. "
27일 정오쯤 대구 수성구의 한 대형마트 채소 매대. 매대엔 한 봉지(200g)에 4천980원인 청상추 등 다양한 채소가 진열돼 있었다. 하지만 채소를 구매하려는 소비자 중 선뜻 지갑을 여는 이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2시간가량 현장을 지켜본 결과, 제품을 들었다 놨다 하다 끝내 채소를 내려놓는 고객도 부지기수였다. 하루가 멀다 하고 치솟는 채소 가격이 너무 부담스러워서다.
채소 매대에서 만난 주부 서모(52·대구 수성구)씨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집에서 자주 먹는 오이, 상추, 브로콜리, 양배추를 사려고 왔는데 장마 기간을 전후로 채솟값이 폭등했다"며 "오이가격이 지난주만 해도 3천원대였는데 지금은 6천원대로 널뛰었다"며 혀를 끌끌 찼다.
극한 호우 이후 채소 물가상승세가 소비자에게 공포감을 주고 있다.
상추 15%↑ 시금치 26%↑
휴가철 수요까지 겹치며
축산물값도 상승할 조짐
태풍 예고·추석 등 산재
농식품 수급안정화 총력
이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자료를 보면 적상추(상품) 평균 소매 가격은 100g 기준 2천428원이다. 일주일 전인 지난 20일(2천113원) 대비 14.9%나 올랐다. 한달 전(1천73원)과 비교하면 무려 126.2% 뛰어올랐다. 청상추(상품)의 평균 소매 가격도 100g당 2천399원으로 일주일 전보다 13.8% 상승했다.
상추뿐만이 아니었다. 같은 기간 시금치(상품· 100g 기준)는 2천133원으로 일주일 전보다 26.4% 올랐다. 얼갈이 배추(상품·1kg 기준)도 4천863원을 내야 살 수 있다. 17.7% 가격이 올랐다. 오이(다다기 계통·상품) 소매 가격은 10개를 기준으로 1만1천898원이다. 12.6% 증가했다. 깻잎(상품)은 100g당 2천600원(10.5% ↑)이다.
채소 가격 폭등은 극한 호우 여파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번 호우로 농작물 침수·낙과 면적은 3만5천392㏊다. 여의도 면적의 122배다. 가축도 87만2천100마리가 폐사했다. 특히 경북을 비롯한 전북, 충남에서 피해가 컸다. 호우에 따른 농작물 피해에다 휴가철 수요까지 겹치면서 축산물 가격도 덩달아 상승할 기세다.
다급해진 농식품부는 채소 등 수급 안정 대책 마련에 총력전이다. 침수 피해 농가의 조속한 영농재개를 적극 지원하는 한편, 피해를 받지 않은 지역의 농산물에 대한 운송비·수수료 등 출하장려금도 지원한다. 생산량 증대와 도매시장 출하도 확대키로 했다.
하지만 아직 늦은 장마와 태풍이 예고돼 있고, 여름 휴가·추석 연휴 등 여러 상황이 산재하면서 농축산물 가격 인상 요인이 남아있다. 더욱이 공식적인 통계와 실제현장에서 판매하는 소비자 가격도 조금씩 차이가 있다. 소비자 체감물가는 더 커질 전망이다.
실제 이날 채소코너에서 만난 주부 윤모(47)씨는 "밥상 물가가 전반적으로 다 올랐다. 정부는 물가 안정화 대책을 내놓는다지만 체감적으로 잘 와닿지 않는다"며 "여름 휴가, 추석이 다가오는 만큼 실 소비자에게 도움 되는 물가 안정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남영기자 lny0104@yeongnam.com

이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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