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법률 가이드] 스타트업 업계 뒤흔든 화제의 판결

  • 최영재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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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7-31 07:52  |  수정 2023-07-31 07:53  |  발행일 2023-07-31 제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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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재<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

지난해 사전동의권 위반에 따른 투자자의 조기상환 및 위약벌 청구를 언급한 바 있다. 당시 소개한 서울고등법원 판결은 그간 투자계약 실무례에 정면으로 반하는 법리 판단이 포함돼 있어 업계에서 큰 논란이 있었다. 그런데 대법원에서 올해 7월13일 바로 그 사건에 대해 판단하면서 보다 선명한 기준을 제시했다.

다소 이례적이라고 평가받았던 서울고법 판결을 파기하고 기존 실무 관행을 유지하는 취지로 판단을 내렸다. 아마도 이 판결을 보고 가슴을 쓸어내린 (혹은 가슴을 친) 회사들이 많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 판결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겠다.

우선 투자사는 대상회사와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하면서 최종 주당 인수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유상증자를 하는 경우 투자사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합의했다.

즉, 대상회사가 사전동의 없이 낮은 가격으로 투자를 받은 경우 대상회사는 투자사가 인수한 주식을 조기상환해야 하고 이와 별개로 투자사에게 위약벌을 지급해야 했다. 대상회사는 이 사전동의 의무에 위반해 유상증자를 했다. 투자사는 사전동의권 위반을 이유로 주식 조기상환대금 및 위약벌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법원은 '주주평등 원칙'. 즉 주주가 회사와의 관계에서 주식 수에 따라 평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원칙을 기준으로 조기상환 및 위약벌 약정의 효력을 판단했다.

2심에선 투자사에 보장한 사전동의권은 실질적으로 투하자본 전부를 다른 투자자들에 앞서 회수할 수 있는 '우월적 권리'를 부여한 것이어서 주주평등 원칙에 위반해 무효라고 판단했다. 나아가 사전통지 의무 위반은 그 정도가 가벼워서 조기상환 및 위약벌을 구할 수 없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에선 투자사에 사전동의권을 부여해도 주주평등 원칙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 근거는 이랬다.

사전동의권을 부여해도 다른 주주가 실질적 손해를 입지 않고, 오히려 경영활동에 대한 감시 기회를 제공해 회사의 이익이 된다면 예외적으로 차등 취급을 정당화할 수 있다.

차등 취급이 예외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 경우라면 의무 위반에 대한 불이익도 투자자의 손해를 배상하고 의무 이행을 담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유효하다. 다만 손해배상액은 감액될 수 있다.

대법원에서는 '주주평등 원칙에 위반해 사전동의권, 조기상환 및 위약벌 약정의 효력이 없다'는 2심 판결이 잘못됐으므로 다른 부분은 다시 더 판단해 보라는 취지로 서울고법에 사건을 돌려보냈다. 즉, 사전동의권 위반이 조기상환 및 위약벌 대상이 되는지, 만약 된다면 손해배상액은 어느 정도 수준이어야 하는지에 대해선 여전히 구체적 판단의 영역이 남은 셈이다.

아마도 이 판결은 서울고법으로 돌아가도 다시 대법원으로 올라와서 판단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시 재판을 하게 된 서울고법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영재<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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