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그린철강 시대 주도 '수소환원제철소'에 달렸다

  • 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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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8-14 07:56  |  수정 2023-08-14 07:58  |  발행일 2023-08-14 제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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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로 전 세계 기후 위기가 가속화하고 있다. 지구 온도 상승 폭을 1.5℃로 제한해야 인류 생존의 마지막 위협 상황을 막을 수 있다는 유엔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보고도 나왔다. '1.5℃' 기후목표 달성을 위해 탄소 중립을 선언·지지한 나라는 136개국(2021년 10월 기준)에 달한다.

우리나라도 2030년까지 매년 4.17%씩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 산업부문에서 효과적인 감축 전략을 내놔야 하는 상황이다. 제조업의 근간인 철은 없어선 안 될 필수자원인 동시에 지구온난화의 주범 중 하나인 이중적 존재가 됐다.

포스코는 '철의 딜레마' 해결을 위해 '2050 탄소중립'을 목표로 친환경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화석연료 대신 수소를 사용해 철을 생산하는 기술 개발에 전력을 쏟고 있다.

지구온난화 세계기후 위기
탄소중립 피할 수 없는 과제

가루상태 철광석·수소 사용
쇳물 제조 '수소환원제철소'
2030년까지 기술 검증 완료
20조 투자해 건립할 계획
"최적부지는 포철 인접 바다"

"슬래그 등 매립땐 해양 오염"
환경단체·주민들 크게 반발

큰 난관에 부딪힌 포스코측
"지역사회와 정부 도움 절실"

◆탄소국경세 도입

철강산업은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 외부적으로는 지구온난화 위기 속에 시장과 고객의 저탄소 제품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제철공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줄이기 위한 새 기술 개발과 대규모 설비 투자가 요구된다. 수십 년간 지속해온 제철공법을 설비부터 기술, 원료에 이르기까지 저탄소체제로 대전환해야 한다.

철강사의 '생존'이 탄소중립에 달린 것이다. 여기에다 유럽을 중심으로 '탄소국경세'가 도입된다.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가 약한 국가가 강한 국가에 상품·서비스를 수출할 때 적용받는 무역관세다. 탄소국경세는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와 유럽연합(EU)이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새로운 무역관세다. EU는 2023년부터 전기·시멘트·철강 등 탄소배출이 많은 품목에 시범 시행한 뒤, 2026년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한다. 유럽 철강제품 수출국 중 5위를 차지하는 한국이 큰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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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수소환원제철소 건설 예정 부지 조감도(위)와 하이렉스 기술 공정도. 〈포스코 제공〉
◆포스코 하이렉스 수소환원제철

수소환원제철은 화석연료 대신 수소(H₂)를 사용해 철을 생산하는 혁신적인 기술이다. 석탄 등과 같은 화석연료는 철광석과 화학 반응 하면 이산화탄소(CO₂)가 발생하지만, 수소는 물이 발생한다. 수소환원제철은 철강 제조과정에서 탄소배출을 혁신적으로 줄일 수 있다.

하이렉스(HyREX)는 포스코가 보유한 파이넥스(FINEX) 유동환원로 기술을 기반으로 가루 상태의 철광석과 수소를 사용해 쇳물을 제조하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이다. 전통적인 제철공정에서 이 환원로의 역할은 용광로(고로)가 담당한다. 철광석에서 산소를 떼어내는 환원반응과 환원된 고체 철(Fe)을 녹이는 용융반응이 석탄에 의해 고로 내에서 동시에 이루어져 쇳물을 만든다.

수소환원제철 공정은 환원반응과 용융반응이 고로가 아닌 '환원로'와 '전기로'라는 두 가지 설비에서 분리돼 일어난다. 환원로에서 철광석을 고온 가열된 수소와 접촉시켜 고체 철을 만든다. 이렇게 만든 게 직접환원철(DRI)이다. DRI를 전기로에 넣어서 녹이면 쇳물이 생산된다.

세계적으로 100% 수소만 사용해 DRI를 생산하는 환원로는 상용화되지 않고 있다. 현재 기술로는 석탄 또는 천연가스 사용과정에서 발생한 수소를 일부 활용해 DRI 생산이 가능하다. 포스코 파이넥스 기술도 석탄 사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소로 철광석의 환원에 약 25% 사용한다.

포스코는 지난해 10월 세계 최초의 수소환원제철 국제포럼인 HyIS 2021(Hydrogen Iron & Steel Making 2021)을 연 자리에서 하이렉스 기술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2030년까지 하이렉스 기술 검증을 마치고 그린철강 시대를 주도한다는 계획이다.

◆국가별 탄소중립 지원 현황은

해외 정부는 탄소중립 전환을 자국 제조업 경쟁력 강화와 경제성장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EU는 총예산 3천조원의 30%인 853조원을 그린딜 실행에 배정, 탄소 중립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유럽연합 최고 의결기구인 유럽이사회(EC)는 프랑스와 독일의 철강 생산공정 탈탄소화를 지원하기 위해 20억유로 이상의 국가보조금을 승인했다. 프랑스 정부는 세계 최대 철강업체인 아르셀로미탈의 철강 생산공정 일부를 탈탄소화하는 프로젝트에 약 1조1천억원을 지원한다. 독일 정부도 유럽철강회사 티센크루프 스틸에 약 7천800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한다. 독일 정부는 2020년부터 올해까지 그린딜 실행을 위해서 약 73조원을 투입한다.

탄소중립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 지원금의 84%인 480조원을 투입해 '기술 패권국 유지와 에너지 안보'를 강화 중이다. 특히 미국 에너지부는 지난 6월 수소 관련 국가정책을 수립해 '국가 청정수소 전략 및 로드맵'을 발표했다. 수소 조달에 있어서도 반도체, 배터리와 같이 자국 내 공급망 강화를 지향하고 청정수소의 제조비용을 대폭 낮추는 게 골자다.

이런 가운데 포스코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 약 20조원을 투자해 수소환원제철소를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천문학적인 사업비가 든다. 매년 영업이익을 모두 쏟아 부어야 할 포스코로서는 국가 차원의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포스코 측은 "미국 등 선진국들은 탄소 중립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한국 등 신흥 철강 강국에 빼앗긴 산업주도권을 되찾고 자국 제조업 경쟁력 보호를 위해 전방위 지원을 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도 제조업의 근간인 철강산업 국제 경쟁력 확보와 탄소 중립 전환을 위해서 정책·제도적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2041년 부지 조성 완료… 지역민 도움 절실

탄소중립에 나선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소 건립을 위해 새로운 땅이 필요하다. 포스코는 신규 부지로 포항제철소 내와 포항블루밸리산단을 검토했으나 집적화, 효율성 등 다양한 검토 결과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포항제철소의 인접 바다를 메워 공장을 짓는 계획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것. 여의도 절반인 135만㎡(41만평)이다.

포스코는 부지 조성에 따른 인·허가를 내년 3월까지, 호안 축조를 2027년까지, 부지 조성은 2041년까지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수소환원제철 고로 포항 1기는 2031년, 광양은 2032년에 착공할 예정이다. 50년 전 포항제철소에서 첫 쇳물을 뽑아낸 의미를 되새겨 포항에 수소환원제철 고로 1기를 먼저 짓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포스코가 지난 7월 포항시에서 수소환원제철 용지조성사업과 관련한 합동설명회를 열었지만 환경단체와 주민들은 크게 반발했다. 주민들은 제철소에서 나온 슬래그 등을 해양에 매립하면 환경오염 등의 피해를 볼지 모르고, 사전 어떠한 협의도 없었다며 강하게 반대했다. 앞서 지난 6월 열린 첫 합동설명회도 주민 반발로 무산됐다.

이와 관련 이상민 포스코 탄소중립글로벌협력TF팀장은 최근 언론 설명회를 통해 "정부와 지역사회의 도움이 절실하다. 탄소중립은 한 기업, 한 산업계의 문제가 아니라고 보인다. 생존의 문제이며 국가 경쟁력 붕괴로 직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홀딩스 본사 이전을 놓고 2년간 시민과 갈등을 빚었던 포스코가 또다시 지역민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에서 어떻게 이해를 구하느냐가 최대의 난제이자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가 됐다.
김기태기자 kt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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