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公 대구 서구 정압관리소 증설…주민 "위험성 낮아도 걱정으로 삶의 질 나빠져"

  • 이동현,박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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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8-24  |  수정 2023-08-24 08:32  |  발행일 2023-08-24 제8면
지난 18일 주민설명회 주민반발로 30분만에 파행

23일 주민들 서구청 앞에서 재차 반대집회

한국가스공사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어 안심해도 돼"
가스公 대구 서구 정압관리소 증설…주민 위험성 낮아도 걱정으로 삶의 질 나빠져
23일 오전 9시30분 대구 서구 주민들이 집회를 열고 한국가스공사의 중리동 정압관리소 증설에 반대하며 사업 중단을 촉구했다. 박지현 수습기자 lozpjh@yeongnam.com

대구 서구 중리동 정압관리소 증설과 관련해 한국가스공사와 서구 주민들의 입장 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지난 18일 서구 상중이동 행정복지센터에서 '대구열병합발전소 천연가스 공급시설 건설공사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증설을 두고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서구 주민을 설득하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설명회는 주민 극렬한 반발에 부딪히며 30분 만에 파행됐다.

가스공사는 기존 달서구로 예정됐던 정압관리소 부지 변경을 두고 "기존 달서구 갈산동 부지는 보안성 및 시공성 등 향후 운영조건을 고려했을 때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다"며 "이후 재검토 결과 서구 중리동 정압관리소 증설이 낫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설명을 들으러 온 것이 아니"라며 30여분만에 자리를 떠났다.

정압관리소 논란의 불씨는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가스공사는 기존 환경오염이 심한 벙커C유를 쓰던 성서열병합발전소에 액화천연가스(LNG)를 공급하기 위해 정압관리소 신설을 추진했다. 정압관리소는 발전소나 도시가스 회사에 천연가스의 압력을 낮춰 공급해주는 역할을 한다.

가스공사는 최초 달서구 갈산동에 정압관리소 신설을 추진했다. 이에 갈산동의 한 염직공장 부지를 매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 시민단체와 인근 주민들의 반발로 서구 중리 정압관리소 증축으로 선회했다. 당시 김중진 대구안실련 대표는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가스 압력보다 약 2천 배 높은 압력인 4㎫(40기압)의 고압가스 배관이 도심을 지나간다. 미국·영국·일본의 경우 일반적으로 도심 가스 배관은 2㎫ 이하로 설계 및 공급된다"며 "해외에서도 사례를 찾기 어려운 위험한 사업"이라고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바뀐 계획은 중리 정압관리소 증설과 용산·이곡·월성동을 거쳐 성서열병합발전소로 이어지는 약 7.6㎞의 고압가스 배관 매립이 핵심이다. 배관은 지하 1.5m 깊이에 설치되며 7.6㎞ 중 800m가 서구, 나머지는 달서구 구간이다.

서구 주민들은 가스 사고 위험이 낮아도 그에 대한 우려로 주민 삶의 질이 저하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전 서구청 앞에서 열린 중리동 정압관리소 증축 반대 집회에서 권기준 서대구공단 발전위원장은 "달서구민이 반대한다고 해서 그 시설을 서구로 가지고 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최근 서대구 산단 내 가스 폭발 사고와 황산 누출을 겪었다. 더 이상 위험 시설이 서구로 오는 것을 막고자 한다"고 말했다.

가스공사는 기존 계획했던 달서구 갈산동 부지는 지형적으로 정압관리소 설치에 맞지 않아 변경된 것이라고 했다. 또 서구 중리 정압관리소는 1995년 지어진 이후 꾸준히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서구 관계자는 "현재 증축이 확정된 것은 아니며 초기 검토 단계에 있다. 공공기관은 법에 따라 업무를 집행하고 따르는 기관임은 분명하나 법에 맞다고 해서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는 없는 상항"이라고 말했다.

이동현기자 shineast@yeongnam.com
박지현 수습기자 lozp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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