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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10시쯤 한 시민이 폭우 속에서도 대구 서구청 무인 페트병 회수기인 '네프론'에 빈 페트병을 버리고 있다. 박지현 수습기자 lozpjh@yeongnam.com |
30일 오전 10시쯤 대구 서구청에 배치된 페트병 무인 회수기인 '네프론' 앞. 주민들이 투명 페트병을 한가득 담은 비닐봉지를 들고 줄지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네프론 안에 다 쓰고 남은 빈 페트병을 집어넣기 위해서다. 주민 김순영(여·70)씨는 "(네프론의) 저장용량이 꽉 차서 일주일 째 못 넣고 있다. 사람들이 하루에 50개씩 넣으면 10명 밖에 못 넣는다"며 아쉬워했다.
AI 순환 자원 회수 로봇 네프론이 주민들 사이에서 인기다. 네프론에 페트병을 버리면 포인트 지급 방식으로 돈을 주기 때문이다. 이른바 '짠테크' 열풍 속에서 이용자 수가 급증하면서 대구지역 무인 회수기 앞은 문전성시를 이룬다.
네프론은 전국적으로 791개가 설치돼 있다. 투명 페트병 수하율을 높이고 자원 순환 활성화와 올바른 분리배출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도입됐다. 대구에는 달서구와 서구를 중심으로 40곳이 있다. 지난달부터는 수성구에서도 재활용 활성화를 위해 네프론 4대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반 및 사물 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한 센서로 페트병을 선별 인식해 압축한 뒤 회수한다. 생수 및 음료류 페트병의 내용물을 비우고 라벨지를 온전히 제거한 상태로 넣어야 한다. 페트병 1병당 10점을 받을 수 있고, 모인 점수가 2천 점을 넘으면 '수퍼빈'이란 어플을 통해 현금화 해 사용자 계좌로 입금할 수 있다.
주민들은 재활용도 하고 돈까지 환급받을 수 있는 '일석이조'의 재테크라며 네프론에 몰려들고 있다. 하지만, 수용할 수 있는 용량은 부족한 상황이다. 2시간을 넘게 차례를 기다려다 이용하지 못하고 돌아가는 경우도 생긴다.
이날 서구청 레프론 앞에서 만난 김은미(여·42)씨는 "어제는 4시간을 기다렸는데 못 넣어서 오늘 일찍 왔다. 그런데도 꽉 차 있어 못 버렸다. 이용자는 너무 많은데 회수기는 한 대밖에 없고 자주 회수하지도 않는다"고 토로했다.
정관성 영남대 교수(환경공학과)는 "인센티브로 돈을 주는 것은 사용자로 하여금 재활용에 대한 의지를 높여준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마트, 공원, 야구장 등 쉽게 접근하고 모일 수 있는 곳에 더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구청 자원재생과 관계자는 "무인 회수기는 깨끗한 투명 페트병의 재활용을 홍보하기 위한 것이지 재테크의 수단이 아니다"면서도 "주민들의 요구가 큰 만큼, 내년에 추가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현기자 shineast@yeongnam.com 박지현 수습기자 lozp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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