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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가 창립 50년 만에 첫 파업 위기를 맞았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2고로 출선(용광로의 주철을 뽑아내는 일) 모습. <포스코 제공> . |
포스코가 창립 55년 만에 처음으로 파업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맞을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임금 인상률 등 핵심 사안에 대한 노사 간 입장차가 워낙 커 타결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와 태풍 힌남노 등으로 큰 타격을 입고 가까스로 버티고 있는 포항시민은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포항경제에 미칠 충격파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한국노총 금속노련 포스코노동조합은 6일 오후 1시 임시 대의원회의를 열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행위 조정 신청을 진행하는 한편, 오후 5시 전남 광양제철소 1문 앞에서 쟁의대책위원회(쟁대위) 출범식을 가졌다. 포항 쟁대위 출범식은 7일 포항 포스코 본사 앞 도로에서 1천500여 명의 노조원이 참여한 가운데 열릴 예정이다. 교섭 결렬을 선언한 노조가 사실상 파업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다.
앞서 노사 양측은 20차례 협상을 진행했지만 임금 인상과 관련해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기본급 13.1% 인상, 조합원 대상 자사주 100주 등 임금성 요구안 23건을 제시했다. 포스코 홈페이지 전자공시에 따르면 직원 평균급여는 연간 1억800만원 수준이고, 포스코홀딩스 주가(6일 기준)는 약 58만원이다. 이를 감안하면 노조가 이번에 요구하는 임금 인상분은 약 1천여만원의 임금과 약 5천800만원의 격려금을 합쳐 6천800만원에 달하는 셈이다.
이에 대해 포스코노조 관계자는 "1990년대 포스코 직원의 연봉은 국내 4위 수준이었다. 현재 연봉은 현대제철에 역전당했다"면서 "지난 10년간 두 번의 임금동결 등 물가 상승률보다 낮은 임금협상을 받아들였다. 이에 노조는 그동안의 불합리한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직원들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23건의 요구안을 제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임금인상에 따른 재원 마련 방안도 제시했다. 노조 관계자는 "포스코가 포스코홀딩스에 주는 상표권 사용료와 포스코홀딩스 서울 본점 임대료로 직원 기본급 인상분을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가 결렬을 선언한 집행부는 기존 노조에 비해 강성인 것으로 파악돼 협상 타결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재 포스코노조 집행부의 약 70%는 민주노총 출신의 조합원이 차지하고 있다. 대규모 파업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하지만 노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들(민주노총 출신 집행부)은 강성노조에 질려 민주노총을 탈퇴한 조합원이다. 지금은 한국노총 소속의 조합원이다"며 "1만1천여명의 노조원이 만족할 수 있는 협상 결과가 나온다면 쟁의는 필요없다. 파업이 목적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사측은 노조 협상안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노조의 요구는 현재 받는 연봉의 최소 60~70%를 인상해 달라 것이다. 이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며 "회사는 노조에 교섭 결렬 철회 및 교섭 복귀를 희망하고 있다. 향후 성실히 교섭에 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포항시민은 포스코노조가 총파업을 강행할 경우 경제 전반에 미칠 타격이 클 것이라며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낸다. 한 시민은 "그동안 사측에 눌려 왔던 노조의 권리를 요구하는 것은 옳은 일이다. 다만 일반시민이 꿈도 못 꿀 임금 인상액을 듣고는 허탈감이 들었다"며 "힘든 시기에 사상 초유의 파업이라는 극단적 결과가 나온다면 포항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줄 것이고 포항시민의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김기태기자 ktk@yeongnam.com
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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