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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명 패션쇼핑 플랫폼 '무신사'가 최근 사내 직장어린이집 설치를 놓고 논란을 일으켰다. 한 임원이 "설치보다 벌금이 싸다"며 어린이집을 만들지 않겠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영유아보육법에 따르면 상시 여성 근로자 300명 이상 사업장은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 대상이다. 올 8월 말 기준 무신사의 여성 임직원은 모두 872명이다.
무신사는 대표가 나서서 직원들에게 사과하고, 지난 12일 위탁보육을 시행하겠다고 했다. 무신사 측은 "외부 어린이집과 계약해 보육을 돕는 것도 법적으로 가능하다"면서 "무신사는 평균 연령이 31세인 젊은 기업이다. 갈수록 결혼과 출산을 앞둔 직원들이 많아진다. 앞으로 사회구성원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역할에 동참하겠다"고 했다.
무신사를 향한 비판은 오늘날 대한민국 근간을 흔드는 저출생 문제와 연관된다. 일·가정 양립과 맞벌이를 추구하는 청년이 늘면서 돌봄시스템의 보완 요구가 커졌다. 돌봄 인프라와 지원책 부족은 저출생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어린이집은 아이들에게 또 하나의 집이다. 무신사의 행태를 두고 아이들로부터 집을 빼앗은 것과 같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보건복지부의 어린이집 이용자 만족도 조사 결과를 보면,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영유아 1천명의 어머니 가운데 52.4%가 취업 중이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이유로 '생업·취업으로 직접 돌봄이 어려워서'라는 답변이 39.4%로 나타났다. 육아휴직 중인 이모(31·대구 수성구)씨는 "복직이 다가오면서 어린이집 고민이 커졌다. 집 근처 어린이집은 대기 인원이 많고, 부모님에게 손을 벌리기도 쉽지 않다. 보모는 비용 부담이 크다"면서 "돌봄정책이 많이 개선됐다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어린이집을 구해도 당장 퇴근이 늦으면 큰일이다. 다방면의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부모들이 희망하는 육아정책은 '보육 서비스의 질 향상(22.1%)'이 가장 많았다. 자녀가 조금이라도 더 '부모가 집에서 직접 돌보는 수준'에 가까운 안정감과 세심함을 누리길 바라는 것이다. 이런 흐름에 맞춰 프리미엄 서비스를 내놓은 기업이 늘고 있다. 단순 돌봄기능을 넘어 어린이집에서 접할 놀이도구, 식단, 생활공간 등의 품질 향상을 소구하는 모습이다. 친환경 원목 놀잇감 '피카비'로 유명한 올디너리매직은 어린이집 전용 플레이키트를 개발했다. 내년엔 이를 활용해 특성화 프로그램까지 구성해 보급할 계획이다.
LG유플러스의 키즈 전용 서비스인 '아이들나라'는 이달부터 유아교육기관에 디지털 콘텐츠 활용 수업 '아이들나라 쑥쑥존'을 운영한다. 디지털 콘텐츠와 오프라인 교재·교구를 융합했다. 올해 10개 기관에 시범 도입하고, 내년 300곳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식자재 유통기업 '풀무원푸드머스'는 어린이집·유치원 위생 안전 컨설팅을 지원하면서 관련 어린이 전용 제품도 출시했다. 이 업체는 지난해 4월 대구어린이집연합회와 어린이의 올바른 식습관 형성을 통한 건강한 성장 발달과 어린이집 보육환경 개선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다.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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