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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낮 12시 대구 달서구 '사랑해 밥차' 무료급식소에 인파가 몰려 긴 줄이 형성돼 있다. 박영민 수습기자 ympark@yeongna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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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무료 떡 나눔' 행사가 예정된 대구 중구 '자비의 집' 무료급식소 앞에 어르신들이 오전 9시부터 몰려 기다리고 있다. 박영민 수습기자 ympark@yeongnam.com |
19일 오전 10시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 '사랑해 밥차' 무료급식소 앞. 무료급식을 이용하려는 인파가 몰리면서 100m가 넘는 긴 줄이 형성됐다. 배식 시작 후 한 시간이 지났지만 줄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준비한 음식이 동나자 자원봉사자들은 급히 닭개장·고추무침·제육볶음 등을 추가로 요리해 배식했다. 김모(70)씨는 "이제 일을 할 수 없는 나이가 됐는데 물가마저 올라 한 끼 때우는 게 부담"이라며 "2주 전부터 무료급식소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 취약계층에 '소중한 한 끼'를 제공하는 무료급식소가 고물가 여파로 운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찾는 사람은 느는데 후원은 갈수록 줄고 있어 시민의 따뜻한 관심이 절실하다. 대구 달서구의 대표적인 무료급식소인 '사랑해 밥차'에는 최근 들어 매번 1천200여명이 넘는 취약계층이 몰리고 있다. 2년 전 700~800명보다 50%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중구 '자비의 집'도 사정은 마찬가지. 올해 1~2월까지만 해도 9천여명 정도였으나 7~8월엔 1만5천여명에 이르는 인파가 몰리고 있다.
이처럼 무료 급식소에 사람들이 몰리는 것은 고공행진 중인 물가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19일 기준 쌀 20㎏은 5만4천920원이다. 1년 전보다 7천원 가까이 올랐다. 같은 기간 삼겹살 가격도 100g당 50원가량 비싸졌다. 식료품 중 안 오른 것이 없고, 올라도 너무 올랐다.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끼니 해결에 부담을 느낀 시민이 무료급식소를 찾고 있는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 7월부터 시행된 '어르신 대중교통 무임 통합시스템'도 무료급식소 이용객 증가에 한몫했다. 교통비 부담이 사라지면서 먼 곳에 위치한 무료급식소를 찾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 대구 8개 구·군 무료급식소를 돌며 식사를 해결하는 원정대까지 등장할 정도다. 달서구에 살면서 중구 '자비의 집'을 찾아 온 김모(여·75)씨는 "어르신 대상으로 대중교통이 무료가 되면서 운동 삼아 무료급식소를 찾고 있다"며 "평소에는 밖에 나올 일이 없는데, 나와서 밥도 먹고 운동도 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찾는 인파가 늘면서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는 측의 고민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지출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후원은 줄고 있기 때문이다. 함성호 자비의 집 사무국장은 "무료급식소를 찾는 사람은 늘어나는데 전기·가스 요금 등 모든 물가가 다 올라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며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도 부족해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했다. 최영진 사랑해 밥차 대표도 "경기가 어려우면 찾는 사람은 늘고 후원은 줄어든다"며 "시민의 따뜻한 관심과 후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승엽기자 sylee@yeongnam.com
박영민 수습기자 ympar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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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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