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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이 개발한 자율주행 3단계 기능 탑재 'HX 트랙터'. 영남일보DB |
국내 농기계 업체들이 이른바 'K-농슬라(농기계의 테슬라)' 타이틀을 놓고 무인화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 중심엔 자율주행과 로봇 기술 접목이 자리 잡고 있다.
대구를 터전으로 글로벌 시장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국내 농기계분야 1위 기업 <주>대동이 현재로선 경쟁사인 LS엠트론·TYM과의 경쟁에서 다소 앞서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농기계 분야에서의 첨단기술 대전이 한층 가열될 전망이어서 대동도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농기계 시장의 무인화 기술경쟁은 글로벌 1위 기업인 '존디어'가 CES 2022에서 완전 무인 작업이 가능한 트랙터를 선보이면서 시작됐다. 해가 지면 작업을 멈춰야 하는 농부를 대신해 24시간 일할 수 있는 로봇이 탄생한 셈이다. 대동 등 국내 농기계업체도 총성 없는 전쟁에 돌입했다.
국내 농기계 자율주행은 크게 5단계(농촌진흥청 기준·레벨 0~4단계)로 나뉜다.
0단계는 자율주행 기술 없이 원격제어하는 수준을 말한다. 1단계는 자동조향, 2단계는 자율주행, 3단계는 자율작업을 일컫는다. 4단계는 존 디어가 앞서 실현한 완전 무인 자율작업이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농진원)은 올해부터 성능 및 안정성 시험을 통해 자율주행 시스템을 인증하고 있다.
국내에서 무인화 기술력이 가장 앞선 농기계 업체는 대동이다. 2019년 국내 최초로 자율주행(1단계) 이앙기를 선보였고 2021년 같은 단계의 트랙터까지 출시했다. 지난달 14일 대동은 3단계 기술 수준을 갖춘 트랙터·콤바인의 검증을 통과했다.
대동 주가도 반응했다. 대동 주가는 지난 8월 18일 장중 9천820원까지 내려갔다. 하지만 자율주행 3단계 검증 통과 소식이 알려진 다음 날(9월 15일)엔 장중 2만800원까지 치솟았다.
대동 관계자는 "이달 25일 자율주행 3단계 기술을 탑재한 트랙터와 콤바인 시연회 개최 후 4분기 중엔 정식 출시한다"며 "2026년까지 4단계 구현을 목표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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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진흥청이 구분하는 농기계 자율주행 단계도. <한국IR협의회 기업리서치센터> |
계획대로 2026년 완전한 무인 자율주행·작업 기술이 개발되면 존디어에 4년 정도 뒤처진다. 실제 농림식품기술평가원은 국내 농기계 산업 기술 격차가 미국의 81.4% 수준으로 3년가량 차이 난다고 본다. 이에 대동은 '틈새시장 공략'과 '우수 기술 확보'에 총력전을 펼치겠다는 각오다.
미국 농기계 시장은 고마력이 주류다. 반면, 저마력 농기계에 집중하는 대동은 조경 등 다양한 분야로의 선회하는 공략을 취하고 있다. 한편으로 국내 험지를 기반으로 개발한 기술이 미국의 평탄한 농지 맞춤 기술보다 한 단계 고차원이라는 점을 십분 활용할 생각이다. 유럽, 동남아 등지로의 시장 개척도 염두에 두고 있다.
대동과 국내 1위를 다투는 TYM과 LS엠트론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TYM은 4일 자동선회와 작업기 제어가 가능한 자율주행 농기계 시범 서비스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TYM은 내년 중 해당 제품 출시를 계획 중이다. 당초 목표(2025년 개발)를 앞당겼다.
TYM은 지난 5월 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농진원 검정을 통과했다. 1단계 수준 트랙터, 2단계 수준 이앙기 인증을 받았다. 이번에 시범 서비스를 거친 제품엔 3단계 수준 기술이 들어간다. TYM 역시 2026년쯤 4단계 도달을 목표로 삼고 있다.
LS엠트론의 경우 올해 자율주행 2.5단계 트랙터 '스마트랙' 양산에 들어갔다. 지난달 한국마사회와 말산업 현장을 위한 자율주행 트랙터 도입 및 개발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기술개발과 사업 저변을 넓히는 모양새다.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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