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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상무부 산업안보국은 17일(현지시각)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관련 추가 제재를 발표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가 기존 제재에 걸리지 않는 수준으로 사양을 낮춘 제품을 중국에 공급한 것을 겨냥했다는 평가다. 사진은 엔비디아의 로고가 찍힌 스마트폰 메인보드 모습. <연합뉴스> |
미국이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관련 추가 제재에 나섰다. 저사양 인공지능(AI) 칩, 반도체 생산 장비 등이 중국에 수출되는 것을 막는 데 초점을 맞췄다. 국내 업계에 미칠 영향은 적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글로벌 전략을 재검토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은 17일(현지시각) 작년 10월 발표한 대중 수출 통제 조치보다 강화된 내용의 제재안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으로는 △통제기준 확대 △중국 및 우려국 내 본사 둔 기업으로 적용 대상 확대 △우회 수출 방지 목적 중국 외 40여 안보 우려국 대상 허가제 확대 등이 담겼다.
이번 조치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가 제재에 걸리지 않는 수준으로 사양을 낮춘 'H800'을 중국에 공급한 것을 겨냥했단 평가다. 엔비디아는 곧장 성명을 통해 "단기적으로 유의미한 재정적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했으나, 이날 엔비디아 주가는 전날 대비 3.24% 하락한 446.03달러에 장을 마쳤다. 폐장 후엔 2.62%가 더 빠져 현재 434.36달러에 머물고 있다.
미국은 향후 기술 수준 변화 등에 맞춰 매년 최소 1회 수출 규정을 손볼 방침이다.
미국과 중국의 '고래 싸움'에 낀 한국 정부와 업계는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다만 당장엔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8일 "첨단 AI 칩의 경우 국내 생산이 미미하고, 소비자용 칩은 통제 면제가 가능하다. 반도체 장비는 우리 기업들이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승인을 획득해 이번 조치로 인한 영향은 거의 없다고 평가된다"며 "미국과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안정 관련 협력을 긴밀히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대구에서는 인쇄회로기판(PCB) 생산 업체인 '이수페타시스'가 영향권 내 기업이다. 이수페타시스는 엔비디아에 고다층 메인보드기판(MLB)을 납품하고 있어, 매번 엔비디아 주가 변동에 영향을 받는다. 이번에도 주가 하락 여파를 피하지 못해 전날 대비 무려 9.95%(2천850원) 하락한 2만5천800원(18일 종가 기준)으로 하루를 마쳤다.
이수페타시스 관계자는 "미국이 완제품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는데, 우리는 부품을 공급하는 기업이다. 보다 세부적으로 살펴봐야겠으나, 부품 공급사까지 범위를 확대하지 않는 이상 실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부품 공급 역시 우린 중화권 고객이 없다. 대부분이 미국향"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업계와 전문가는 미국의 수출 통제가 이어지면 시장 위축, 투자 및 제품 개발 지연 등 차질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 전략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근화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역본부 차장은 "대구지역 인쇄회로 수출은 3억2천400만달러(9월 누계) 수준으로 전년 대비 9.5% 신장했다. 태국, 멕시코, 대만 등 판로 다변화가 잘 돼 있어서 타격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경북도 이번 추가 제재와 직접적 관계가 없다"며 "다만 양측 갈등이 심화하거나 장기화해 시장 전체가 흔들리면 악영향이 예상된다"고 했다.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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