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기 부모사랑 결핍땐 우울증 취약" 한국뇌연구원, 정신질환 노출 원인 발견

  • 최시웅
  • |
  • 입력 2023-10-31 15:49  |  수정 2023-11-01 08:05  |  발행일 2023-11-01 제14면
김정연 박사, 양육 결핍 영·유아의 우울증 등 정신질환 발현 원인 규명
국제학술지 '스트레스 신경생물학' 게재
clip20231031121019
김정연(아래쪽) 한국뇌연구원 정서·인지질환 연구그룹장과 제1저자로 참여한 강미선 박사후 연수연구원. 한국뇌연구원 제공

한국뇌연구원이 영·유아기 부모의 적절한 양육을 받지 못하면 이후 성장 과정에서 우울증 등 정신질환에 쉽게 노출되는 원인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향후 새로운 우울증 치료제 개발에 도움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연구원은 정서·인지질환 연구그룹 김정연 박사 연구팀이 동물 모델에서 모성 분리 스트레스에 대한 취약도가 개체별로 다르며, 스트레스 취약 정도에 따라 뇌의 '고삐핵' 영역에서 신경세포가 다르게 제어될 수 있음을 규명했다고 31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스트레스 신경생물학'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생애 초기 양육 결핍 스트레스에 노출된 쥐가 청소년기에 보이는 우울증 행동을 조사한 결과 스트레스에 취약한 그룹과 잘 견디는(둔감한) 그룹으로 나뉘는 것을 발견했다. 이에 각 그룹 뇌를 전기생리학 기법으로 분석해보니 정상 그룹이나 둔감한 그룹과 달리 취약 그룹은 뇌 외측 고삐핵에서 신경세포 연결 부위인 시냅스 반응이 과도하게 증가했다. 시냅스 가소성(뇌 스스로 신경 회로를 바꾸는 능력)도 손상됐다.

연구팀은 이는 생애 초기 스트레스에 의한 고삐핵 과활성화가 이후 스트레스 취약에 영향을 주는 것이라고 제시했다.

또한, 연구팀은 취약 그룹 고삐핵에서 스트레스 호르몬 수용체 '미네랄코르티코이드'와 이온성 글루타민 'NMDA' 증가를 발견했다. 약물 처리를 통해 고삐핵 시냅스 외부 영역의 NMDA를 활성화하자 취약 그룹이 정상 그룹보다 고삐핵 활성을 낮출 수 있는 시냅스 외부 영역 약화가 더 많이 일어났다.

기존엔 '글루코코리티코이드' 수용체가 스트레스에 의한 시냅스 변화를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연구팀은 고삐핵에선 미네랄코르티코이드 수용체를 통해 시냅스 약화 손상이 일어날 가능성도 제시했다.

김정연 박사는 "외측 고삐핵 내 시냅스 외부 영역의 세포 조절 기전은 스트레스 취약 정도를 진단하는 새 지표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시냅스 외부 영역에서 NMDA 수용체 활성을 유도해 고삐핵 영역의 과활성을 억제하는 등 새로운 기전의 항우울제 개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최시웅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경제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