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중고차 시장 진출'에 소비자는 활짝…소매업계는 울상

  •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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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1-02 17:21  |  수정 2023-11-02 17:53  |  발행일 2023-11-03
현대차 이어 기아차 '인증 중고차' 판매 개시…SK렌터카 시범사업 中
허위매물 감소·품질 상승 기대에 소비자 반색…중고차 소매업계는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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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는 1일부터 자사 브랜드 중고차 매입 및 판매에 나섰다. 사진은 기아 인증중고차 용인센터에 EV6 인증중고차가 전시돼 있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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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차량 유리에 대구중고자동차매매조합이 시행 중인 '인증 중고차' 스티커가 부착된 모습. <대구중고자동차매매조합 제공>

국내 중고차 시장이 뜨겁다. 현대, 기아 등 완성차 업계가 '인증 중고차' 사업을 본격 시작했고, 렌터카 업체들도 뛰어들었다. 소비자들은 품질 좋은 중고차를 간편히 고를 수 있게돼 반기고 있지만 기존 중고차 소매업계는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상생의 묘'를 살리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아는 지난 1일 자사 브랜드 인증 중고차 서비스를 개시했다. 시승차, 직원용 차량 등 1천대를 선제 확보했다. 소비자는 온라인 채널(모바일, 웹)을 통해 상품 검색부터 비교·견적·계약·배송까지 '원스톱'으로 진행할 수 있다. 매입도 온라인으로 이뤄진다.

기아는 국내 완성차 업계 중 가장 먼저 중고 전기차도 다룬다.
현대차는 지난달 24일 인증 중고차 사업을 먼저 시작했다. 구매 5년 이내, 주행거리 10만㎞ 이하, 사고 이력 없는 현대차·제네시스 내연차량을 취급한다. 특히, 진단과 정비를 거친 '신차급'을 판매하고 있다.

르노코리아, KG모빌리티 등 다른 완성차 기업도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다. 대기업 계열의 렌터카 업체까지 나섰다. SK렌터카가 지난달 31일 인증 중고차 시범 판매를 시작한다고 밝혔고, 롯데렌탈도 차별화 전략을 외치며 중고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완성차 기업들이 중고차 시장에 뛰어든 건 브랜드 가치 향상, 중고차 가격 방어 등이 요인이라는 분석이 있다. 일각에선 디젤차 인력을 중고차 정비 등으로 재배치하려는 방편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렌터카업체는 신차를 출고해 운용한 차량이기에 사고여부 등 운행 이력을 명확히 알 수 있는 게 강점이다.

소비자들은 이같은 움직임에 크게 반색한다. 중고차 시장은 판매자와 구매자의 정보 불균형 탓에 불량품이 판치는 '레몬마켓'이다. 대기업 진출로 허위매물이 줄고, 전반적 으로 매물 품질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물론 양질의 매물이 대기업에 쏠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 피해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실제 2일 기아 인증 중고차 공식 홈페이지에서 검색한 2020년식 K5 차량은 가격대가 2천405만원~2천993만원이다. 일반 중고차 시장 시세(1천290만원~2천90만원)와 차이가 크다.


시장 영향 최소화를 위해 현대·기아는 중소벤처기업부 권고에 따라 2년간 시장 점유율을 제한키로 했다. 이후에도 인증 중고차와 일반 중고차 타깃이 달라서 영향이 크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역 중고차 업계는 초비상이다. 대구중고자동차매매조합도 지난 4월 자체 인증 중고차 제도를 만들었다. 8월엔 이 제도가 전국적으로 도입됐다. 중고 전기차 관련 인프라 구축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대기업과 맞서기에는 여전히 버거운 상황이다.

최육식 대구자동차매매사업조합장은 "완성차 기업이 신차 영업권과 중고차 영업을 모두 틀어쥔 건 우리나라가 세계 유일하다"며 "양질의 중고차 물량 80% 이상이 흡수될 것이다. 대구 지역 650여업체 , 4천여명의 딜러가 위기에 내몰렸다. 공제조합 설립 등 활로를 찾고 있지만, 쉽지 않은 싸움이 될 듯하다"고 했다.

김성숙 계명대 소비자정보학과 교수는 "소비자는 고가일수록 돈을 조금 더 들여도 믿을 수 있는 상품을 구매하려고 한다. 다만, 대기업 독식에 따른 일방적 시세 조종 우려는 있다. 중소 업체가 조합 차원에서 자체 플랫폼을 만드는 등 몸집을 키워 대응해야 균형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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