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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환자의 지역별 연간 서울행 비율. 서울아산병원 유방외과 정일용 교수 연구팀 논문 발췌 |
비수도권에서 유방암 진단 받은 환자 중 경북지역 환자가 서울 대형 병원을 가장 많이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는 상대적으로 서울행 비율이 낮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유방암 환자들이 수도권 치료를 원하다 시기가 늦어지면 오히려 더 위험해 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울아산병원 유방 외과 정일용 교수 연구팀의 대한외과학회지 발표 논문에 따르면, 2010∼2017년 유방암 진단을 받은 15만709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지방(서울 외 지역)에 살면서 서울서 치료받은 비율이 2010년 14.2%에서 2017년 19.8%로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유방암 진단 환자의 지역별 서울행 비율(2017년 기준)은 경북이 43.8%로 가장 높았다. 이어 제주(42.1%), 충북(41.1%) 등의 순이었다.
이들 지역만 보면 유방암 환자 10명 중 4명 이상이 서울에서 첫 진료를 받은 셈이다. 반면 대구(11.7%), 인천(12.4%), 부산(12.8%) 등은 서울행 비율이 비교적 낮은 편에 속했다. 대도시 외 지역의 유방암 환자 중에는 23.6%가 서울에서 치료받았다.
정 교수는 "지방 유방암 환자의 서울행으로 서울과 비서울 지역의 연간 수술 빈도 및 대기시간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차이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정 교수팀이 같은 기간 유방암으로 새롭게 진단받은 13만3천514명을 별도로 분석한 결과, 서울에 사는 환자가 서울의 병원에서 수술 치료를 받는 데까지 걸리는 평균 대기시간(2017년 기준)은 16일이었지만, 서울 외 대도시와 대도시 외 지역에서 서울행을 택한 그룹의 평균 대기시간은 각각 27일, 24일로 집계됐다.
이는 유방암 환자가 거주하는 지역을 벗어나 서울에서 진료받은 경우 치료까지 최장 10여 일 더 걸리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유방암의 경우 30일 이상 치료 지연은 유방암 생존율 저하와 관련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여러 연구에서도 초기 유방암 환자의 치료가 늦어질수록 생존율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영국의 경우 암 진단 후 첫 번째 치료를 1개월 이내에 시작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올해 1월부터 유방암 진료의 적정성 평가 기준으로 '확진 후 30일 이내 수술'을 포함했다. 다만, 국내 유방암 치료의 경우 아직은 90% 이상이 30일 이내에 이뤄지고 있어 걱정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정 교수는 "정부가 암 치료의 지역적 격차를 해소하고자 2004년부터 12개 대학병원을 지역암센터로 지정하는 지역암센터 지원사업을 시작했다"며 "하지만 재정적 지원에도 치료를 위해 서울을 찾는 유방암 환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는 만큼, 효율적인 의료자원 배분을 위한 장기적인 계획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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